천안 C고교 학부모 "화장실에 숨은 피해학생에 조퇴 조치만"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학교폭력을 피해 교내 화장실에 숨은 고3 여학생에게 학교에서 취한 조치는 조퇴가 전부였다. 이 학생은 사건이 발생한지 1달여가 지나도록 학교에 복귀하지 못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피해 학부모 진술과 천안C 고등학교 측 조사자료를 종합하면 A학생은 지난달 29일 점심시간에 교실 복도 앞에서 10명 안팎의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B학생으로부터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A학생이 평소 B학생의 뒷담화를 하고 다닌다는 이유에서였다.

A학생은 10여분간 진행된 과정에서 복도를 지나는 교사가 있었지만 둘러싸고 있는 학생 중 누군가가 '그만하라'고 알려주면서 교사가 인지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같은 이유에서 A학생은 자신을 둘러싼 주변 학생들 상당수를 가해자로 인식하게 됐다. 상황은 수업 종이 치면서 일단락됐지만 B학생은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겼고 두려움이 커진 A학생은 교과교사에게 담임교사와 상담을 받겠다며 수업을 이탈, 화장실로 몸을 숨겼다.

A학생은 40분간 화장실에 숨어있다 친구의 부축을 받고 교실로 돌아오던 중 B학생을 다시 만나게 됐고 점심시간과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집단에 둘러싸여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 요구는 신고를 받고 달려온 담임교사에 의해 중단됐다.

A학생은 수업에 들어갈 것을 권유하는 담임교사에게 조퇴를 시켜달라고 요구했고 허락을 받은 A학생은 학교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A학생은 교실에서 가방도 챙겨 나오지 못했다.

A학생 학부모들은 "또래들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다만 점심시간 복도에서 교사가 조금만 관심을 가졌더라면, 수업 중 상담을 허락한 교과교사가 무슨 상담인지 조금만 궁금해 했더라면, 신고를 받고 달려온 담임교사가 섬세하게 대처했더라면 사안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고 우리 아이가 지금껏 학교를 가지 못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40분간 화장실에 숨어있다 나온 학생을 학부모 인계가 아닌 조퇴로 우선 조치를 한 것과 관련 학교 측은 '처음에는 학교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피해 학생의 학부모 측은 처음부터 이 사안을 학교 측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A학생과 학부모는 이번 사안을 학교폭력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천안교육지원청 역시 5월 3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문제는 학교 측 조사자료에 목격자 증언 상당수가 피해학생으로부터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학생들의 진술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A학생의 아버지는 "가해학생에게 목격진술을 하게 하면 당연히 스스로에게 유리한 진술을 할 것인데 학교에서 왜 중립적으로 사안을 처리하지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지적했다.

학교 관계자는 "진술서에도 거론되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 어떤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규정할지 혼선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피해학생 쪽에서 가해학생을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B학생 역시 '타인을 통한 지속적 험담' 취지로 A학생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신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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