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시행하기 어려워 재심의 요구 예정"
의원들 위원회 구성 심기불편 등 난제

충북도의회 전경 사진. / 충북도의회 제공
충북도의회 전경 사진. / 충북도의회 제공

[중부매일 박재원 기자] 충북도가 경찰 측 주장을 일부 수용해 의결한 자치경찰 조례를 의회에 다시 심의해 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의회는 지난달 30일 열린 임시회(390회) 본회의 때 집행부에서 제출한 '자치경찰사무와 자치경찰위원회 조직·운영 등에 관한 조례안'을 상임위원회 수정안대로 가결했다.

이 조례가 집행부로 넘어와 공포되면 충북자치경찰제는 시범 운영을 거쳐 7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16조 후생복지에 관한 범위다. 집행부는 애초 지원 대상을 '위원회 사무국 소속 경찰공무원'으로 한정했으나 소관 상임위인 행정문화위원회는 이를 '자치경찰사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확대했다.

해당 조항이 그대로 굳어지면 지방자치법을 따라야 하는 도는 상위법과 '공무원 후생 복지에 관한 규정'에도 없는 국가경찰에 도민 세금을 지원하는 사실상 불가능한 업무를 떠맡아야한다.

도 관계자는 "제도적 장치가 미약한 상태에서 태어난 자치경찰 조례는 시행하기 어렵다"면서 재의요구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재의요구는 이미 의결된 안건에 불복할 사유가 있으면 의결기관에 다시 심의해달라고 요구하는 절차다.

이를 위해서는 자치경찰 조례가 집행부에 이송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이의서를 달아 의회에 돌려보내야 한다.

그러면 의회는 본회의에서 재의요구된 자치경찰 조례를 표결에 부쳐 다시 의결해야 한다.

표결 결과 찬성이 다수면 집행부의 불복신청은 기각되고 종전 의결한 대로 자치경찰 조례는 확정·시행된다.

반대로 찬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거나 반대표가 다수 나오면 이 조례는 폐기되고, 다시 만들어야 한다.

집행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이 같은 재의요구는 갈 길이 험난해 보인다.

우선 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재의요구 안건은 통상적인 과반 승자 방식이 아닌 3분의 2 이상 득표해야 효력을 얻는다.

집행부 뜻대로 자치경찰 조례가 폐기되려면 도의원 32명 중 찬성표(조례 시행 찬성)가 최소 22명만 나오지 않으면 된다. 찬성이 21명 이하로 나오면 3분의 2를 충족하지 않아 폐기된다.

집행부 입장에서 과반 방식을 적용해 조례가 의결된 종전 임시회 때보다 더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자치경찰위원 내정에 자신들 의견이 무시당했다고 심기가 불편한 의원들이 결집해 집단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

재의요구 안건을 다루기 위해서는 '원포인트' 임시회도 열어야 한다. 회기 일정상 6월 8일 이전까지 도의회가 열리지 않아 집행부는 중간에 어떡해서든 임시회를 끼워 넣어야 한다.

마지막은 집행부의 능력이다. 지방자치법에 근거한 본인들 뜻을 조례에 반영하려는 의지가 강했다면 재의요구 단계까지 오지 않게 해야 했는데 이제 와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종전 본회의 때 수정안을 제출하도록 도의원 17명과 소통하면 됐을 일인데도 가만히 있다 일을 이 정도까지 키운 담당 국·과의 정치력으로 봐선 역부족일 듯하다.

하지만 도의원 사이에서 이번 자치경찰 조례에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가능성은 있다고 도는 판단한다.

도 관계자는 "의원들 사이에서도 제도적 근거가 미약해 조례 시행이 어렵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어 집행부 의견을 수용할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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