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 잔]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봉이 김선달은 조선 말기 평양에 살았다는 사기꾼으로, 1906년 황성신문에 연재된 소설 속에서는 '김인홍'이라는 인물로 등장한다.

'선달'은 원래 무과에 합격한 뒤 아직 벼슬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호칭을 말하지만, 조선 말기에는 이런 과거 급제자가 아닌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별명처럼 붙여 부르기도 했기 때문에 봉이 김선달이 실제로 무과에 급제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와 관련된 수많은 일화 중에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이야기가 유명하다.

김선달은 한양에서 부자 장사꾼들이 평양에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강가에 나가 사대부집에 물을 길어다 주는 물장수들을 만난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푸짐하게 음식을 대접하고는 물을 길어 갈 때마다 자기에게 엽전을 던져 달라고 부탁을 한다. 다음날부터 물장수들은 물을 길어 갈 때마다 미리 받은 엽전을 봉이 김선달에게 던져 주게 되고, 그 광경을 보던 행인들에 의해 금세 소문이 나서 평양에서 화제가 되었는데, 한양에서 온 장사꾼들도 이 광경을 보러 오게 된다. 장사꾼들은 끝도 없이 흘러 내려오는 대동강물이 김선달의 것으로 판단하고 김선달을 설득, 대동강 물을 팔라고 하지만, 김선달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것이라 팔 수 없다고 버티면서 흥정을 시작, 결국 당시 돈으로 4천냥에 팔았다고 하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는 너무나 흔해서 누구나 값을 치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물을, 비싼 가격에 팔아먹었다는 설정인데, 사실 알고 보면 지구에는 물이 그렇게 흔하지가 않다.

지구에서 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몇 퍼센트 정도나 될까?

지구에는 물이 많은 것 같지만 사실 지구 전체의 0.1%만이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바다의 평균 수심이 3㎞에서 4㎞ 정도 되고, 지표면의 80%를 물과 얼음이 덮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지구 전체의 0.1% 만이 물이다'라는 말은 잘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구의 지름이 1천384㎞나 되기 때문에 사실 바다는 지구 표면에 얇은 막이 깔린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며, 다만 그 물이 지표면에 집중되어 있어서 많아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도 우주에 셀 수 없는 별들과 행성 중에서 지구만큼이라도 물이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고 하는데, 지표면에 한정된 것이기는 하지만 지구에는 왜 이렇게 물이 많은 걸까?

현재까지 정리된 이론에 따르면 아주 먼 옛날 얼음덩어리인 소행성들이 지구와 끊임없이 충돌하면서 물을 공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왜 지구에만 그런 소행성들이 대거 몰려와서 충돌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과학자들은 이 충돌에 대해 '굉장한 우연의 일치이며 행운의 연속인 사건이 계속 발생해서 지구는 오늘날과 같은 환경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우리는 매일 아무렇지 않게 물을 마신다. 하지만 이 아무렇지 않은 일이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아주 먼 옛날에 있었던 수천억분의 일의 행운과 우연의 연속인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물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깨끗한 물 한잔을 시원하게 마시는 일이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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