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시 청원군 북이면 소각시설과 관련된 주민건강 영향조사가 환경부의 결과 발표에도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13일 열린 주민설명회때부터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반발한 주민들이 환경단체 등과 함께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이번 결과발표는 환경부가 소각장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19년 4월 주민청원에 의해 이뤄진 최초의 환경부 주민건강영향평가가 모양새를 구긴 것이다. 주민들의 의혹을 풀기는커녕 이를 키운 셈이니 주민건강 영향조사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조사 대상이 된 북이면 일대는 지난 1999년부터 민간소각시설이 들어오기 시작한 대표적인 소각시설 밀집지역이다. 더구나 이들 지역의 업체 3곳은 그동안 신·증축을 거듭하며 처음에 비해 처리용량을 36배나 늘려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인근주민들은 최근 10여년새 주민 수십명이 암으로 사망한 것은 소각장 때문이라며 이를 확인해달라는 주민청원을 넣었다. 이들은 소각시설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이 주민들의 암 발생과 역학적 관계가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에 환경부에서 주민건강영향을 조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2년여가 흘러 발표된 조사결과는 주민 생각과는 달랐다. 한마디로 '소각장 배출물질과 암 발생간 역학적 관련성을 명확하게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기관을 통한 조사인 만큼 환경부로서는 제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이옥신 배출정도 등 일부 내용을 보면 '입증 불가'가 이해되기도 한다. 한정된 짧은 조사기간으로는 20여년간 누적된 배출영향을 입증하기 어렵다. 게다가 잠복기가 10년 이상인 암은 이 정도 조사로 확인하기 곤란하다. 결과발표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정도에 그칠 거라면 국민청원을 거쳐 환경부에서 나설 이유가 없다. 이번 발표에서 빠진 체내 카드뮴 농도가 높은 이유와 담낭암·신장암의 고발생율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이 필요했다. 시간과 근거가 부족했다면 솔직히 밝힌 뒤 더 길게 보고 다뤘어야 했다. 이에 더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전문가 자문 과정이 생략된 이유도 불분명하다. 그동안 환경부 감시·감독에 허점이 적지않았다는 것도 일조했다. 이런데도 일방적 발표만으로 매듭이 지어지길 바랐다면 이는 확실한 헛발질일 뿐이다.

국민청원이 있었고 정부부처가 나서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면 그에 걸맞는 조치가 뒤따랐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이런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주민들의 의혹을 해소시켜주지 못했다. 주민들의 요구는 억지로 관련성을 꿰맞추라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업체의 잘못이라고 말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겪는 현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은 것이다. 그 점이 충족되지 못했기에 의심을 하는 것이다. 절차상, 형식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조사에 머물고, 적당한 수준의 발표로 사안을 덮으려 한 것은 아닌 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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