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 운영조례 추진 중 군에 1년 이상 거주자·출향인사로 한정
"왜 보은지역에 가두려 하는가… 시대 요구 뒤떨어지는 일" 비난

지난 18일 보은 회인면 오장환문학관에서 열린 추모 혼맞이. 100년의 걸음으로 오소서로 진행된 이날 추모 혼맞이는 비나리, 길닦음, 해후, 살풀이, 가소서, 100년의 흥 순으로 진행됐다.<br>
보은 회인면 오장환문학관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DB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보은군이 '오장환 문학상 운영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 상을 '동네 잔치'로 전락시키려 한다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그 이유는 그 전까지는 전국을 대상으로 공모했으나 이번 예고 조례에서는 '보은군내 거주자(1년 이상)와 출향인사에 한정한다'고 규정지었기 때문이다.

보은군청 홈페이지에는 이에 대한 비난 글이 올라오고 있으며 작가회의 등 문인단체들의 항의도 잇따르는 중이라고 알려졌다.

자신을 출향인이라고 밝힌 유 모씨는 '오장환 시인을 보은에 가두려는가'라는 제목으로 "보은에서 오 시인을 기리는 이유는 시대의 요구를 외면하지 않고 돌파해 간 문학정신을 잊지 않으며 그 작품을 널리 알리고 후세에 전하려 함이라 알고 있다"며 "그런데 문학상 수상 대상자를 보은군민과 출향인사로 한정한다는, 이런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은 보다 보다 처음 본다"고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그는 "오장환이라는 이름 때문에 전국 각지의 문인들이 보은을 기억하고 말하며 찾아오는 걸 정녕 모른 척하는 건가"라며 "상을 없앤다면 차라리 이해하겠으나 고을 안에서 문학상을 돌려가며 주고받는다면 이미 상으로서 의미도 없고 그저 돈 쓰는 일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보은이 대추 생산지로 이름을 얻는 것도 좋지만 사람을 낳고 가꾸는 고을로 명성을 높이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이라며 "모쪼록 재고하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역의 한 문인은 "국내 최고의 문학 성과를 거둔 시인에게 수여하는 상이었는데 이렇게 열려있던 응모자를 군 거주자와 출향인사로 제약함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오 시인의 문학성과 가치는 보은을 빛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문학사를 빛내며 함께 공유해야 할 그것인데 편협하게 보은군민에만 한정지어 문학상을 제정하고자 함은 시대 요구에 뒤떨어지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보은지역 문인들이 상을 못 타자 이를 군에 항의했기 때문에 이번 조례 제정이 진행됐다는 후문까지 돌고 있다.

이에 군 관계자는 "오장환 문학상을 정작 지역민들이 잘 모르고 있어서 상을 지역에 먼저 알리고 지역 문인들의 참여를 높이는 등의 활성화를 위해 이 조례 제정이 진행되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오장환 문학상은 보은에서 출생했고 한국 참여와 전위시의 선구자인 오 시인을 기리기 위해 실천문학사와 보은문화원이 2008년 공동 제정했다.

이번 조례안의 입법예고와 의견 접수 기간은 오는 1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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