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 도구에 가치를 더하다… '공생의 도구' 주제 내달 10일까지
4개 섹션 국내·외 작가 작품 선봬… 사회적 가치·인간의 욕망 등 재해석

공생의 도구
공생의 도구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9월 8일 개막해 10월 17일까지 청주시 일원과 온라인에서 '공생의 도구'를 주제로 온·오프라인 동시에 개최되는 이번 비엔날레는 그 어느 때보다 '공예'의 본질에 다가섰다.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하기 위한 '도구'에서 출발한 본연의 자세를 각성하고, 그 '도구'를 어떻게 대하고 사용해야 인류가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지, 본전시를 연출한 임미선 예술감독은 이들의 작품에서 그 해답을 함께 발견하고자 한다. 이번 추석 연휴 청주공예비엔날레를 찾아 우리가 매일 쓰는 도구에 대한 재발견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공예의 오블리주 '공생'-물야나, 솜폰 인타라프라용

물야나-심연 속으로 / 이지효
물야나作 '심연속으로' / 이지효

뜨개질로 해양 생태계를 창조하는 인도네시아의 작가 '물야나', 천연 염색과 손바느질로 독특한 패턴의 의상과 액세서리를 만드는 태국의 작가 '솜폰 인타라프라용'. 전혀 다른 작품 세계를 가진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공예작업을 통한 공생의 실천이다. 스케일 있는 작업을 선보이는 두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지역 커뮤니티와의 협업으로 완성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어려운 지역 아동들의 교육사업을 지원하는 등 사회적 환원에도 관심을 둔다. '공생'이야말로 공예가 가진 가치이자 최고의 미덕이며 오블리주(도덕적 의무)라 믿는 이들의 작품은 그래서 온기가 있다.

 

본연에 충실한 '도구'의 메시지-김영옥, 김현숙

김영옥 作 '자연을 벗삼아'

수천수만 번, 온 몸이 저릿해지는 두드림으로 정성스러운 은 기물을 완성하는 작가 김영옥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2인용 반상기'를 선보인다. 식사 도구, 본연의 역할에 가장 충실한 작품. 그러나 그 속에는 팬데믹으로 온 지구를 뒤덮고 있는 일회용 포장용기들에 대한 경고와 생명을 유지하는 음식에 대한 경외가 오롯이 담겼다. 그 철학은 김현숙 작가의 '마크로파지의 역습'에도 관통한다. 동물의 체내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중요한 세포지만 과다 섭취된 유전자변형농산물에 의해 인간의 세포를 파괴하는 존재로 변이한 마크로파지. 풍족함을 위한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을 도자로 빚어낸 작가는 묻고 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당신은 과연 어떤 도구로, 무엇을 먹을 것인지.


 

내일을 위한 '공생의 도구'-바네사 바하가오, 이혜선

바네사 바하가오 작 삶의 꽃. / 이지효
바네사 바하가오 作 '삶의 꽃' / 이지효
이혜선 作 '랜턴 시리즈'

포르투갈 작가 바네사 바하가오의 재료는 섬유공장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천이다. 과다하게 생산하고 유행에 따라 가차 없이 버리는 섬유 산업이 야기하는 환경 문제에 대해 작가는 버려지는 천위에 크로셰, 펠트, 직조, 자수 등 모든 직물 기법을 활용해 자연을 그리고 다시 숨을 불어넣는 방식으로 이의를 제기한다. 금속을 전공한 이혜선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제주에서 진행된 바다 쓰레기 전시회를 보고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해변정화 활동 일명 '비치코밍'을 통해 바다에서 수도 없이 버려지는 플라스틱 부표를 수집하고, 그 해양 쓰레기에 다시 빛을 불어넣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버려지는 물건, 혹자는 쓰레기라 부르는 재료를 사용하지만 두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재료를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결코 없다. 공예는 그렇게 '공생의 도구'가 된다.

이처럼 '공생의 도구'에 대한 동시대 공예작가들의 해석이 담긴 본전시는 ▷1부, 노동-사물의 고고학 ▷2부, 생명-일상의 미학 ▷3부, 언어-감성의 분할 ▷4부 아카이브-도구의 재배치, 총 4개의 섹션으로 공예의 지속가능한 미래 가치와 폭넓은 스펙트럼을 조명한다.

문화제조창 앞 잔디광장에는 공예마켓이 들어서 꼭 티케팅을 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공예품들을 보고 구매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인터뷰] 임미선 예술감독

임미선 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 /김명년
임미선 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 /김명년

"인류 문명 발전에 기여해 온 도구는 1차 산업혁명부터 4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일상을 환기하고 환경에 대한 관심을 환기 하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임미선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은 나의 하루 하루에 쓰여지는 선택, 입는 옷, 머그 잔 등 손으로 만든 가치를 소비하고 있는 우리들이 어떻게하면 더 의미있는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까를 강조했다.

임 예술감독은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 하나하나가 쓰레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 사용 가능한 것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예작가들의 무궁무진한 가치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임 예술감독은 "공예의 기술과 소재는 우리 주변에 있다"며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임 예술감독은 공예 및 현대도자 전문 기획자로 활동하며 다수의 기획전시, 학술회의, 워크숍 등을 기획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공예본부 본부장과 평창동계올림픽 한국공예전 전시감독, 한불수교 130주년 코리아 나우-한국공예전 전시감독,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관장 등을 역임하고, 홍익대 겸임교수, 국민대, 숙명여대, 동아대, 경성대 등에서 강의를 했다. 또한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예문화산업진흥위원, 국제도자협의회(IAC) 큐레이터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과 2002년 대통령 표창을 수여 받았다.

 

이밖에 볼만한 전시

청주공예비엔날레로 청주의 7개 미술관과 박물관이 'Art Bridge(이하 미술관 프로젝트)'로 다시 연결됐다.

협약기관은 국립청주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청주시립미술관, 쉐마미술관, 스페이스 몸 미술관, 우민아트센터, 운보미술관이다.
 

미술관 프로젝트는 코로나19로 달라진 상황을 반영해 스탬프 투어와 미술관 패키지 입장권 등 개인 및 소규모 관람객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해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미술관 프로젝트는 각 미술관마다 전시 일정이 조금씩 달라 전시 일정을 확인한 후 관람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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