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정리·철거하며 기초 일부 절단, 지반침하·붕괴 우려
법원 공사중지 판결 묵과, 안전조치도 없이 여전히 강행
관리인 "현장 맞닿은 곳 망가지고 입주자 불안감 속 퇴거"
A 업체 "지하굴착 중지 내용만 통보받아… 문제 여지 없어"

A시공업체의 건물 기초 훼손으로 피해가 발생한 빌라와 아파트 공사현장 전경 /김명년
A시공업체의 건물 기초 훼손으로 피해가 발생한 빌라와 아파트 공사현장 전경 /김명년

[중부매일 박건영 기자]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시공업체가 기초공사 중 인접건물 기초를 일부 절단하고도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어 주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에서 소형아파트(225세대)를 짓고 있는 지역 중견 건설업체 A업체는 지난 2월 건축공사를 위한 부지정리 및 철거공사를 하던 중 인접 건물 기초를 일부(폭 30~60㎝, 길이 10여m) 훼손했다.

청주시 흥덕구의 한 빌라에서 주택관리인 B씨가 시공업체의 건물 기초 훼손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 하고 있다. /김명년
청주시 흥덕구의 한 빌라에서 주택관리인 B씨가 시공업체의 건물 기초 훼손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 하고 있다. /김명년

훼손된 건물 관리인인 B(65)씨는 "훼손 당시 건물에 심한 진동이 느껴졌고, 공사 현장과 맞닿은 부분은 심하게 망가졌다"며 "지금은 건물전체가 9cm가량 기울었고, 점차 더 큰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물에 살던 입주자들도 불안하다며 대부분 떠난 상황이라 피해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B씨는 A업체 측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사태는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B씨 측은 지난 4월 청주법원에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청주지법 제21민사부(김성수 부장판사)는 지난 6월 29일 "A업체가 공사 중 인접건물의 기초를 절단한 사실이 인정되고, 별다른 보강공사 없이 공사를 진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공사부지 일부에 대한 지하굴착공사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B씨 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또 "공사를 계속해서 진행할 경우 건물을 지지하는 기초부분 면적감소에 따른 지지력 저하 및 지반침하, 기울어짐, 붕괴 우려 등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소명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B씨는 'A업체가 가처분 인용 이후에도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굴착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했다.

B씨는 최근 A업체에 건물 구조안전진단을 할 업체 세 곳을 선정해 통보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주시 흥덕구의 한 빌라에서 주택관리인 B씨가 시공업체의 건물 기초 훼손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 하고 있다. /김명년
청주시 흥덕구의 한 빌라에서 주택관리인 B씨가 시공업체의 건물 기초 훼손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 하고 있다. /김명년

A업체 관계자는 "법원이 판결한 공사중지가처분 명령에는 지하 굴착공사를 중지하라는 내용만 있었다"며 "이미 지하 굴착공사는 끝난 상황이고, 다른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민사) 소송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A업체가 사태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B씨는 소송을 통해 시시비비를 따지게 됐다.

청주시 흥덕구의 한 빌라에서 주택관리인 B씨가 시공업체의 건물 기초 훼손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 하고 있다. /김명년
청주시 흥덕구의 한 빌라에서 주택관리인 B씨가 시공업체의 건물 기초 훼손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 하고 있다. /김명년

B씨는 "건설회사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 우리 같은 사람은 눈뜨고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민사에서 이기더라도 불법공사를 한 업체는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우리는 피해회복에 턱없이 부족한 배상금만 손에 쥐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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