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 그른 것 하나 없다
옛말 그른 것 하나 없다
  • 중부매일
  • 승인 2021.11.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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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칼럼] 김동우 논설위원

최근 우리나라 두 전직 대통령(전두환, 노태우)이 이승을 떠났다. 예전 같으면 '서거(逝去)'라는 존칭을 쓰고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등 최고로 예우했다. 이번에는 '서거'가 아닌, 윗사람의 사망 때 표기인 '별세(別世)'다. 국립묘지 안장도 배제되었다. 두 전직 대통령이 내란죄, 내란목적살인죄 등의 실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란죄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범죄다. 내란목적살인죄는 같은 목적으로 사람을 살해한 범죄다.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할 말이 참 많다. 그 중 '옛말 그른 것 하나 없다.'는 속담이 회자 된다. 그 옛말이 무엇이고 어떻게 유래되었는가?

중국 후한 시대 이야기다. 2살에 후한 9대 황제가 된 충제가 즉위 2년 후 병사했다. 유찬(劉纘)이 10대 황제에 올라 질제(質帝)가 되었다. 유찬은 후한 3대 황제인 장제(章帝)의 서자 증손이다. 유찬을 낙양으로 모셔와 황위에 앉힌 사람은 당시 대장군인 양기(梁冀)였다. 충제의 황후(皇后)였던 양기의 누이동생은 질제의 태후(太后)되었다.

유찬 즉위 시 그의 나이 7살이었다. 양태후의 수렴청정이 불가피했다. 양태후 권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양기 역시 동생을 등에 업고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양기 두 남매는 나랏일을 떡 주무르듯 제멋대로 처리하는 등 전횡을 일삼았던 것이다. 많은 신하는 물론 질제의 눈총맞기가 불가피했다. 보다 못한 신하 황보규(皇甫規)가 먼저 두 남매의 전횡을 막기 위한 총대를 멨다.

그는 두 남매의 권력독점과 횡포를 기술한 '대책(對策)'을 질제에 지부상소(持斧上疏)의 심정으로 올렸다. "무릇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입니다. 여러 신하는 그 배에 탄 승객들이고 장군 형제는 노를 젓는 사공입니다. 성의를 다해 배를 저어야 복이 될 것입니다. 태만하고 거드름만 피운다면 장차 거센 물결에 배가 침몰하고 말 것입니다." 구구절절 양기 남매의 권력 횡포를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그러하지 않아도 양기 전횡에 불만이 극에 달했던 질제는 양기를 호되게 질책했다. 질제는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게 명석했지만, 그럼에도 두 남매의 전횡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양태후의 교묘한 간섭 때문이었다. 양기는 오히려 쥐도 새도 모르게 질제를 참살했다.

황보규가 '대책'에서 인용한 글은 그의 것이 아니다. 공자와 제자의 언행에 관한 이야기를 기술한 '공자가어(孔子家語, 삼국시대 위(魏)나라 왕숙 편찬)'에 나오는 말을 인용했을 뿐이다. 그 후 '후한서(後漢書 皇甫規傳)'에 실려 전해진다. "무릇 군주란 배요, 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君者舟也,人者水也.水可載舟,亦可覆舟)"

이후 팔자성어(八字成語)로 자리 잡았다. 이른바 '수가재주 역가복주(水可載舟 亦可覆舟)'다. '최고 통치자의 권력은 자신의 손아귀가 아닌 백성의 의지, 민의(民意)에 달려 있다. 백성은 통치자에게 권력을 위임하지만, 그가 그 권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송두리째 빼앗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배가 물의 힘과 성질을 알고 운항한다면 순항한다. 최고 통치자가 백성의 잠재력과 뜻을 잘 헤아린다면 통치의 도리를 깨달아 선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통치자가 이런 단순한 상식을 망각하거나 무시한다. 그 결과를 말해 무엇하랴? 백성의 저항으로 그 정권이 전복되거나 통치자는 권력을 송두리째 빼앗긴다.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최고 통치자, 대통령이 명심해야 할 잠언(箴言)이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논설위원

이 잠언이 무시되는 나라가 한국이 아닐까? 최근 별세한 두 전직 대통령은 분명 백성의 민의를 무시했다. 배가 물을 무시하고 상습적으로 과적과 승선 정원 초과한 것처럼 말이다. 이 두 전직 대통령만 그러했던 것이 아니다. 권력의 전횡으로 백성의 저항에서 자유로운 전직 대통령이 없다. 거세 풍랑으로 배를 뒤집듯 백성은 대통령을 하야시켰고, 사살했다. 그들 자식을 감옥으로 보냈고, 자살을 유도했다. 탄핵과 함께 감옥으로 보냈다. 단 한 번도 깔끔한 대통령이 없었다. 정말 청사(靑史)를 먹칠한 치욕의 대통령사다,

세계적으로 이런 대통령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국치이자 백성의 불행이다. 내년 3월 대통령을 선출한다. '마음에 쏙 들어 뽑을 후보가 없다.'는 이구동성이다. 또 '옛말 그른 것 하나 없다.'는 속담이 회자 될까 몹시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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