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성낙수 시인

똑같이 생긴 레몬나무 두 그루를 올 봄에 사왔다. 얼마 지나 같이 흰 꽃이 피어 향기도 좋고 하얀 꽃도 너무 예뻐 매일 관심을 주어 돌봐 얼마 지나 똑같이 작은 열매가 맺혔다. 잘 익기를 기다려 손녀와 나눠 먹기를 약속해 늦은 가을을 지나 오늘에야 아주 신 레몬 맛을 보기 위해 따서 맛을 보니 한 그루는 귤이고 한 그루는 레몬이었다. 속았다기 보다는 기다린 보람으로 싱거운 웃음을 얻게 되어 나름 좋았다. 화원 주인도 잘 몰라 판매했으리라 생각하고 넘겼다. 정치인들의 잘 못은 이리 쉽게 이해하고 넘기지 못해 아쉽다.

지인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보면 화가 나서 채널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재미 있게 살아가야 되는데 이것저것 화가 너무 나서 차라리 안 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정치가 국민을 식상하게 만들고 있다. 정치판이 완전 개판보다 못하니 국민들이 살 맛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한다고 그럴듯이 내 세우지만 걱정만 건네주고 있다. 정치인은 국민에게 완전 필요악의 존재가 된 셈이다.

뉴스를 보면서 오래 전에는 진보 쪽 사람들이 언론이 편파적이라고 화를 내는 것을 자주 보았다. 그런데 요새는 보수 쪽 사람들이 아우성이 심한 것은 당연한 일인가 보다. 결국 과거와 현재는 진영이 다른 사람들만 바뀌었지 바뀐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항시 정의롭고 공평해야 한다고 해 놓고서 정작 그 자리에 앉으면 본인들과 자기 편에게만 혜택이 가도록 하는 실수를 반복한다. 국가와 지방 지원금도 마찬가지다. 자기 편들에게 거의 대부분을 배풀고 있는 것은 인간이라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공정은 항시 빗말이 되어 뒤란의 구석에서나 눈 크게 떠야 겨우 볼 수 있는 존재다.

자주 만나는 지인들은 뜸 안 들여 먹는 설익은 밥 맛 같은 기분을 느끼며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수십년 일만 하며 살다가 정년퇴직하여 이제는 몸은 편해졌는데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누굴 탓하기는 그렇지만 대부분 정치인 탓임이 분명하다. 이것을 정치인들도 다 알면서 인정을 하지 않고 있다. 잘 못을 인정하는 순간 있지도 않은 자존심이 무너지나 보다. 아무 잘 못이 없는데 그냥 국민이 괜히 화를 내는 것은 결코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이유없이 그냥 욱해서 화를 내는 일은 어느 것도 없음을 알아야 한다.

모든 것이 여당 정치인들만 국민을 화내게 하는 것은 아니다. 야당도 국민을 위해 몸바쳐 최선을 다하고 있지 못해 여야가 국민을 자주 화나게 만든다. 부동산 문제도 그렇고 공정도 아직 멀었다. 선거때면 더하다. 상대방 후보가 꼴보기 싫어 채널을 돌린다고 한다. 하는 짓이 역겹기까지 하다. 멋대로 바꾸고 표 구걸하기 위해 되지도 않는 공약을 날리고 있다. 국민은 그렇게 무식한 바보가 아니다. 다 알고 있다. 하나하나 하는 말과 그의 마음까지 알고 있기에 더 애석하다. 그래서 화로 풀고 있다. 화 내지 않게 뉴스를 안 본다는 것이다.

평소 나쁜 놈도 아무 상관이 없이 설칠 수가 있는 선거판으로 보여 더 화가 난다. 태반 이상이 잘 못 된 자들이 잘 살아가는 것이 우선시 되어 있다. 잘 못 된 자가 더 잘 사는 그런 세상은 결코 오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본래 나쁜 것은 아니다. 나쁜 정치판에 몸을 담다보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이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자보다 새로운 인물에 호감을 보내고 있나 보다. 필자의 생각도 그렇다.

지속적으로 성실하게 변함없는 정직한 정치인으로 국민과 눈을 마주친다면 국민은 무조건 외면하거나 분노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화를 내고 있는 국민들을 탓하지 말고 정치인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들의 화를 진정시켜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 수가 있다. 국민들이 정치판 걱정을 안해 안심하게 살아가며 화를 내지 않고 아늑한 생활을 해 나가야 올바른 국가가 이뤄질 수가 있다. 만족함에는 끝이 없어 어디에서도 불만이 하나가 없을 수는 당연 없다. 불만을 줄여 주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여야 모두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를 위해 국민을 이용하지 말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성낙수 시인
성낙수 시인

지금까지 수십 차례 선거를 치르는 것을 볼 때마다 국민을 최고로 섬기겠다고 그리 사탕발림 하고나 당선되고 나면 자신과 자기 편들만 잘 사는 세상을 만들고 있을 뿐이다. 이런 일로 해서 국민들의 화를 돋구고 있는 것이다. 머슴이 되어 주인으로 섬기겠다는 말은 다 잊고 주인 행세를 하기에 국민은 화가 나는 것이다. 구십도 아니 업드려 절해 겨우 당선되고 나면 국민을 개무시하고 있다. 수십년전 유신치하 시대에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양심이 아니다고 했던 진보 친구의 말이 오늘 내 귀에 생생히 들리는 것은 새삼 왠일일까. 무조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의인들에게 최고의 영웅 대접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국가가 존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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