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경천 충북도의회 대변인

'청렴'하면 가장 먼저 무엇을 떠올릴까. 아마도 조선시대 청백리를 연상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공직자를 위한 신목민심서, 이순신 장군의 청렴리더십, 역사 속 청렴이야기…. 공무원이나 의원 대상의 청렴교육 과정을 훑어봐도 이러한 내용이 상당수임을 알 수 있다. 검소한 세간살이에도 꼿꼿한 기상, 지나칠 정도의 엄격함은 또 얼마나 빛나는가. 그래서인지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의 낡고 해진 물건들이 종종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관련 뉴스에 감탄하면서도, 청렴의 진정한 가치보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닌가 하는 또다른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관리자들이 생각하는 청렴의 이미지가 청빈함이라면, 비교적 젊은 직원들은 어떨까? M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는 스마트 기기에 익숙하고,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익명성을 갖춘 디지털 환경을 선호할 것이라는 예상 하에 '블라인드' 앱을 다운받았다. 블라인드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로 소속회사뿐만 아니라 동종업계 직원들과 소통이 가능해 인기를 끌고 있다.

공무원 게시판에서 청렴을 검색해보니 표현은 거칠지만 솔직한 의견들이 줄을 이었다. "청렴화면보호기 설치하면 청렴해지냐?"라는 자조 섞인 글 아래 "그거라도 하는 게 다행임. 누군가는 더워죽겠는데 나가서 현수막 들고 사진 찍고 있겠지"라는 냉소섞인 댓글도 눈에 띄었다. 대체로 젊은 직원들은 청렴이란 말에 전시성 이벤트를 떠올리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아무리 청렴을 외친들 한낱 보여주기용으로 치부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이처럼 청렴은 보여주기 위한 전시성 행정이 아니고 이미지에 의지한 거대담론은 더욱 아니다. 또한 청렴교육을 받는 것이 필요는 하겠지만 교육의 내용대로 행하지 않는다면 교육 역시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고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그럴바에는 기존의 공무원 행동강령과 청탁금지법 규정을 제대로 지키고 실천한다면 청렴은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업무는 공정히 처리하고, 업무상 지위와 정보 등을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얻지 않는 것' 등의 내용이 충분히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최경천 충북도의회 대변인
최경천 충북도의회 대변인

그렇다. 진정한 청렴은 보여주는 행사나 사진이 아니다. 법과 규정을 실천으로 행동할 때 의미있는 '청렴'이 되는 것이다. 과거 우리는 공직자 비위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청렴서약이니 청렴대회니 하며 보여주기식 전시성 행사에 매몰된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사회가 아니다. 청렴을 외치며 애꿎은 설레발들은 이제 떨지말도록 하자.

도민들은 공직자들에게 청렴에 대해 실천을 담보할 것을 요청하며 가슴을 향해 지금도 묻고있다. "당신은 청렴한가?"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