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 잔]

지금 시간은 밤 12시를 훌쩍 넘긴 새벽 2시.

밤 10시경부터 읽기 시작한 책 '밥 딜런을 만난 사나이'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다.

이 책은 한때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순정남이었으며, 평생 '한국의 밥 딜런'으로 살아온 가수 양병집의 자전 소설이다.

중간중간 걸려 온 전화를 받고 통화를 한 시간이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일어난 시간을 빼고 나면, 한숨에 읽어 나간 거나 다름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저자인 양병집씨의 삶의 궤적을 통해 1970년대와 80년대의 역사를 상기할 수 있어서 좋았고, 그가 살아온 이야기와 함께 당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람들인 이연실, 전유성, 김정호, 김현식, 최성원, 정태춘, 김창완 같은 유명인들과의 인연도 소개되어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그가 노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중학교 이학년 여름방학때 셋째 누나가 사 온 LP에 들어 있던 'Sad Movie'란 노래에 반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이후 클리프 리처드가 나온 영화 'The Young Once'에 나오는 노래들에 매료되어 어머니를 졸라 기타를 샀지만, 두 달 정도 배우다 그만두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기억들은 후일 성년이 되어서 그가 다시 팝송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고, 결국 가수로 데뷔하게 된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름인 양병집은 예명이다. 본명은 양준집인데, 양병집이 되는 과정도 참 재미있다. 무료한 일상을 반복하던 양준집은 어느 날 명동 골목길에서 작은 포스터를 보게 된다. 월간 팝송사에서 주최하는 '전국 포크송 콘테스트' 안내였는데, 나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출전하게 된다. 피터 폴 앤 메리의 노래 'Don't think twice, it's alright'를 불렀는데 나름대로 수상권에 들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수상자 호명 시간에 이주원 김준세에 이어 양병집이 호명되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생각해 시상대로 올라가지 않았으나, 이내 혹시 탈락했을 때의 망신을 피하기 위해 세 살 아래인 동생 '경집'의 이름으로 지원을 했는데, 심사위원이 잘못 발표하면서 '양병집'으로 호명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그는 가수 '양병집'이 되었다.

평생 가수로 살아온 것으로 알았는데, 그는 사실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채권 장사, 증권회사 직원, 카페 사장, 중고차 딜러, 신문사 직원, 음반 기획자 등 그는 평생 10여 가지의 직업을 가졌지만 늘 언제나 다시 가수로 돌아왔다.

우리는 모두 정해진 시간을 지상에서 보내는 존재일 뿐이다.

유명인의 삶도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가수 양병집이 한국말로 바꾼 '밥 딜런의 꿈'이라는 노래의 가사 일부를 소개해 본다.

"서쪽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휴식을 위해 잠시 눈을 감는다. 너무 보고픈 내 어릴 적 친구들, 꿈에 나타나 날 슬프게 하네. 아련하게 보이는 내가 놀던 방, 친구와 내가 함께 한 수많은 오후. 그래 우리는 다음 날 아침까지 웃고 노래하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지"

이제는 70이 넘은 노가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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