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게절 변화, 그리고 일상… 시집 천국에 없는 꽃
현실에 색깔 입힌 판타지, 가리온 왕국과 하늘을 나는 아이들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청주출신 작가 함기석과 시인 신영순이 각각 창작동화 '가리온 왕국의 하늘을 나는 아이들'과 시집 '천국에 없는 꽃'을 출간했다. 이번 출간된 책들은 충북도와 충북문화재단의 2021 우수창작활동지원사업으로 발간된 책이다. 특히 지역 색이 묻어나는 지명이나 키워드가 눈에 띈다. 신간 2권을 소개한다. / 편집자

 

함기석 창작동화 '가리온 왕국과 하늘을 나는 아이들'

'고개를 갸우뚱하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두꺼비 생태공원이 보였다. 느티나무의 초록색 긴 팔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방죽으로 이어진 콧구멍 다리도 보였다. (중략) 생태공원 사무관인 신경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두꺼비에 대해 설명하는 것 같았다'

마루얼 별의 가리온 왕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판타지 동화인 이 책은 여동생의 병을 고치기 위해 마왕 커런캐와 대항하는 지구소년 원흥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작품 속에서 눈에 띄는 점은 '온새미로', '불휘' 등 주변인물들의 이름에 담긴 뜻이다. 온새미로는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생긴 그대로' 라는 뜻을, 불휘는 '피할 수 없다, 말이나 행동을 숨기거나 꺼리지 않는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작가 함기석은 작가의 말을 통해 "현실은 우리가 살아가는 곳으로 매우 다양한 모습과 색채를 띄고 있다" 면서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변해간다는 점에서 현실 또한 마법의 세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야기 속에는 수박 통통배에 올라타 내려다는 대머리 바위산, 마법사 글혼이 말들에게 지어주는 ㅏ,ㅔ,ㄱ,ㄴ,ㄷ 등의 모음·자음자 작명 등 어린이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함기석
함기석

작가 함기석은 충북 청주 출생으로 지난 1992년 '작가세계'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뽈랑 공원', '오렌지 기하학' ,'힐베르트 고양이 제로', 동시집 '숫자벌레', '아무래도 수상해', 동화 '상상력학교', '코도둑 비밀탐정대', '황금비 수학동화' 등을 출간했다. 이상시문학상, 박인환문학상, 눈높이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시 창작 과정을 지도하고 있다.



 

신영순 시집 '천국에 없는 꽃'

'가마솥이 중얼중얼 / 불길을 걷어차기 시작했다 / 아궁이 앞 운동화들이 / 눈발을 뒤짚어쓴 채 일렬로 세워진다// (중략) 언제든 산 자들의 / 끼니가 되기 위해 / 열렸다 닫히는 뜨거운 서랍 / 너울대는 불꽃의 반발로 / 맨 아랫밥은 / 차진 애착이다// (중략')-詩 '누룽지' 중

충북 청주(옛 청원)출신 시인 신영순은 총 4부로 구성된 '천국에 없는 꽃'을 내놨다. 시 제목을 살펴보면 어둠의 맛, 우암산가든 시창작반 뒤풀이, 퀘렌시아, 대성동 65번지 대풍상회 앞, 처서, 시월 어느 날 등 사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담아내며 일상의 한 장면들을 응시하고 응축한 시상을 작품으로 풀어냈다. 

문학평론가 남승원은 '모든 위대한 것들의 고향'이란 해설을 통해 "시집 '천국에 없는 꽃'을 구성하고 있는 많은 부분들은 꽃과 나무를 비롯한 자연물이나 농촌 공동체, 또는 그 공간을 배경으로 맺어진 인물간의 관계성 등 우리에게 친숙한 모습들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구체적인 행위를 작품의 중심에 위치시키면서 자신이 만든 시적 상황에 독자들을 동참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신영순
신영순

또한 작품 '누룽지'의 경우 밥을 짓는 행위를 중심으로 지금의 우리에게 기호에 따라 선택하는 단순한 이 행위가 "지구이 반대편"에 이르게 되면 생존의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고도 부연했다.

시인 신영순은 1994년 월간 '포스트모던'으로 등단 2004년 청주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시집 '늦은 안부', '달을 품다', '푸른 도서관' 등을 발간했다. 청주문인협회, 뒷목문학회, 여백문화회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시동인 '새와 나무'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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