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조성 충남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

자연재해대책법 27조 규정에 따라 건축물의 소유자·점유자 등이 스스로 재해를 예방하는 내용을 담은 '눈이 내리면 집앞의 눈은 집주인이 치워야 한다'는 내용의 집 앞 눈치우기 조례가 2005년부터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제정된 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이 조례에는 건축물의 소유자, 점유자, 관리자 등의 제설·제빙 책임 우선순위와 보도, 뒷길, 보행자 도로 등의 눈을 치워야 하는 범위가 담겨있다. 집앞의 눈을 치우지 않으면 형사처벌이나 과태료를 물지는 않지만 쌓인 눈으로 인해 사고가 나면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광역단위는 물론 기초 지자체에서도 앞다투어 관련된 조례를 제정하였고, 지자체의 행정력이 도로 곳곳에 닿지 않기 때문에 내 집 앞의 눈은 스스로 치우자는 취지에 대한 긍정적 공감도 많이 얻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조례가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유는 강제성이 없고, 책임의무도 부과하지 았아 실천하는 사람이 드물다는데 있다. 여기에 덧붙여 아는 사람들도 없어 홍보 부족의 문제도 동반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주택가 도로, 골목 곳곳에서 제설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차량과 사람이 미끄러지는 모습이 많이 목격된다. 조례가 없는 것 보다는 있는것이 낫다지만 강제성을 부과하게 되면 민원발생이라는 행정기관의 부담도 무시할 수 없어 지자체 공무원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양이다. 현실적인 어려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행정벌 적용보다는 제설작업에 대한 동기부여가 될 만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과 스스로의 재난 예방활동에 대한 효능감을 살려주는것에 있을 것이다. 

물론 큰 도로는 국가가 치워주어야 한다. 하지만 내 집앞 눈도 공무원이, 나라가 치워주기를 바라는것도 지나치다. 폭설과 같은 재난 상황은 1년에 1~2차례, 어떤 지역은 한 번도 겪지 않을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모든 행정기관에서 눈치우기 위한 장비와 인력을 무한정 확보할 수는 없다. 도심의 골목과 이면도로까지 제설장비와 인력이 투입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세금의 효율적이고 낭비없는 집행을 원하지만, 개개인이 이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약간의 노력에는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조례가 있던없던 주민들이 합심해 눈을 치우는 곳도 있다. 법과는 무관하게 자발적 시민의식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다. 이런 눈으로 본다면 그깟 것 있건 없건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을 것이다. 조례를 만들것인이 조례를 어떻게 강제할 것인지 고민할 시간에 골목길에 빗자루 하나 더 갖다 놓는 것이 효과적인 것 아니냐 하는 볼멘 소리들도 없지 않다.예전 같으면 상식으로 통용될 이야기 이지만 각박한 현실에서 무조건 양심에만 맡길 수 없게된 현실은 단지 눈치우기만의 문제는 아니다. 위험을 방치하는 것에 대한 상태책임을 부과하려해도 주민 불만을 걱정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이런 제한적 조례를 제정하기 꺼려한다. 강제규정과 실효성의 확신이 없는상태에서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제재규정이 포함된 조례 제정을 기피하는 것이다. 경제만 좋아지고 국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선진사회가 될 수는 없다. 간단히 자기 집 문앞의 눈 하나 치우지 않아 타인을 불편하게 하면서 권리만을 주장하는것도 바람직한 태도는 아닐 것이다.

조성 충남연구원 충남재난안전연구센터
조성 충남연구원 충남재난안전연구센터

재난 상황은 사실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일상적인 상황에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는 각자의 위치에서 상황을 감수하고, 충격에서 빨리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신체적·언어적·경제적으로 더 많은 불편을 겪는 이웃과 공존하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의무와 책임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눈치우기 조례가 만들어진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돌이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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