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내 산업인력 양성의 주요 기관인 직업계고등학교가 갈수록 겉돌고 있다. 기업체들이 원하는 인력 충원 역할이 충분치 못한 가운데 직업계 고교들도 존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취업의향이 높게 나올리 만무하다. '의향이 있다'라는 답변이 지난해보다 더 줄어 절반을 겨우 넘기는데 그쳤다. 그나마 농업·생명계열의 경우 학과(전공) 만족도가 높아지는 등 계열에 따라 주변여건이 나아진 것이 다행이다. 직업계고가 취업창구로 자리잡기까지 가야할 길이 너무 멀어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마이스터고를 비롯한 충북도내 25개 직업계고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이들의 현재 위치를 말해준다. 전체적으로 학과 만족도는 지난해보다 조금 낮아져 60%가 안된다. 학생 10명중 4명 넘게 전공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계열별로 보면 농업·생명은 1년새 5%p 가량 높아져 80%를 웃돌았지만 상업·정보계열은 그사이 16%p나 빠져 절반을 겨우 넘겼다. 바이오 등 생명분야의 전망은 밝은 반면 상업분야의 입지가 좁아지는 현실을 보여주는 듯 하다. 결국 취업전망이 곧 만족도인 셈이다.

충북도내 중소기업들이 주목할 만 한 내용들도 있다. 취업희망 사유에 대해 4명중 1명꼴로 '다양한 실무경험 확보'를 선택한 것도 그중 하나다. 직업계 고교생들이 지역 중소기업 취업으로 기대하는 바를 확인시켜준 것이다. 직장선택 기준에서 기업이 높게 평가한 연봉보다 고용안정성을 고른 것 또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직분위기와 더불어 직장내 근무환경에 대한 욕구가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이처럼 직업계고와 지역기업간 취업 미스매치를 줄이려면 전공분야부터 선택기준까지 개선해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구인과 구직간 엇갈리는 눈높이도 문제지만 취업창구로의 역할이 낮아져 직업계 고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22학년도 특성화고 전형에서 도내 6곳이 정원을 못 채웠다. 몇몇 학교는 결원 정도가 심각하다. 추가모집이 있지만 충원도 간단치 않을 듯 싶다. 청주와 충주 등 도내 평준화 지역 일반고 탈락자수가 특성화고 결원보다 많다는 것은 진로 선택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의미다. 재학중 일반고로 옮기는 학생이 특성화고로 오는 숫자의 2배 가량 된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적성을 살리는 역할도 미흡한 것이다.

이런 상황은 직업계고 선택의 명확한 이유를 늘려야 할 까닭이기도 하다. 전공개편과 실무교육 등 기업 눈높이를 더 맞춰야 한다. 가장 시급한 일은 지역 중소기업들이 학생들의 니즈(needs)를 제대로 이해하고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학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에 이를 전파해 관철시키고 학생들에게 결과를 알려서 시선을 끌어야 한다. 학벌에 대한 사회인식이 바뀌기전까지 직업계고의 앞날은 어두울 것이다. 그렇지만 그 가치와 역할을 포기할 수는 없다. 좁아지는 취업창구를 넓히는 게 지금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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