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다락방의 불빛, 4월 30일까지 시집전… 61권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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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불빛 시집전 - 현대문학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은 20세기의 책들이 조용히 21세기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청주시 상당구 대성로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다락방의 불빛'이 오는 4월 30일까지 '다락방에서 20세기 시집을 만나다'전을 개최하고 있다.

투박하지만 정감이 가는 서체, 날것의 생생함으로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그림은 김환기, 김기창, 천경자 화백 등의 것이다.

문학과 예술의 절묘한 컬래버레이션으로 시대의 예술가들과 소통한 흔적을 직관적으로 마주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리는 이는 표제화(標題畵)로, 글씨를 쓰는 이는 제자(題字)로서 자신들의 기량을 생생히 펼쳐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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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는 "요즘처럼 감각적이고 직설적인 언어가 난무하는 시대에도 옛 시의 구절구절을 만날때면 가슴이 설렌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글 속에 시인들의 삶과 이제는 별이 된 '근대 100여년 동안의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다락방의 불빛 2층에 마련된 전시장에는 책 표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투명한 비닐로 하나하나 포장돼 있고, 그 옆에는 전시의 이해를 돕는 짤막한 설명들이 명함크기 모양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시인 김덕근과 서예가 하광태가 자문·감수를 맡았고, 예술가 황명수씨가 전시제작을 맡아 탄생한 결과물이다.

이상조 대표와 SNS인 페이스북으로 소통하던 수집가 박헌중씨는 20세기 시집을 120여권 들고 부산에서 청주까지 한걸음에 달려왔다는 후문이다.

총 120여권 중 하나하나 정리하고 엄선, 재배치한 결과 시집 61권이 전시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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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해 수필집 (천경자그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겸 수필가였던 최신해 선생의 1962년작 수필집 '심야의 해바라기' 표지는 천경자 화백의 그림이, 피천득의 1959년작 수필집 '금아 시문선' 표지는 운보 김기창 화백이 그려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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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방정환이 발행한 잡지 '어린이'

 

대한민국최초의잡지 '소년'
대한민국최초의잡지 '소년'

이외에도 소파 방정환 선생이 발행한 잡지 '어린이', 육당 최남선이 1908년 창간, 발행한 대한민국 최초의 잡지 '소년'도 만나볼 수 있다.

권미현 다락방의 불빛 공동대표는 "주말에도 좋은 공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 음악이 흐르는 배경속에서 전시도 보시고 커피향도 즐기며 문화로 재충전하는 기회를 가져보시길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수집가 박헌중씨

수집가 박헌중씨
수집가 박헌중씨

 

우리 시의 아름다움, 널리 전파하고파


다락방의 불빛에 고서를 선뜻 내놓은 주인공은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수집가 박헌중씨다.

그는 남미음악의 새로운 노래운동인 누에바 칸시온(nueva cancion)을 접해 음악에 매료된 과정 속에서 한국의 시(詩)를 깊이있게 접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시집 등 고서를 수집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다락방의불빛 시집전-소월시집
소월시집
다락방의불빛 시집전9-정지용시집
정지용시집

"시집을 수집한지는 10년쯤 됐다. 담배값 아껴서 음반과 시집을 사모아서 집에서 크게 눈치는 안보인다. 소장품 중 밤 12시 경매 마감때까지 안자고 있다가 낙찰받은 경우도 있다. 경매장으론 화봉문고 등을 주로 이용했다."

이와 함께 박씨는 "고서점가를 돌아다니다보면 단골 고객에게 몇권 조용히 꺼내서 보여주는 보물(?)들이 있다. 시집의 경우 예쁘고 희소가치가 있을수록 고가"라며 "특히 소파 방정환 선생의 어린이 잡지가 이번 전시에서 가장 고가(?)"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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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불빛 시집전 전경 

그는 올해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을 앞두고 지상파 프로그램에 이 잡지를 의뢰해 출연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박씨는 부산서부경찰서에서 근무했으며 올해 명예퇴직을 했다.

더욱이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미담이다. 지난 2014년 9월경 '미역국보따리를 들고 길을 헤매는 치매할머니'를 도와 당시 방송과 신문 등 쇄도하는 인터뷰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그는 "경찰로 재직할 때 동네를 다니며 할머니들께 치매예방차원에서 고스톱을 가르쳐 드리는 등 보람된 일들이 기억난다"면서 "퇴직 후 맞게 된 제2의 인생에서는 우리 시의 아름다움을 널리 전파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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