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최근 대선 정국에 하나의 무협지가 돌고 있는데, 그 내용은 무당이면서 주술로 암흑정치를 구사하려는 윤 후보를 동학혁명군이 된 이 후보가 물리쳐서 대통령이 된다는 것이다. 미륵 정치를 내세워 관심법을 행사한 궁예에 대응한 이 후보는 메타버스를 타고 흡성대법으로 상대 표를 빨아들이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가 말하는 용어 '복수혈전' '동학' '무당' '주술' '궁예' '암흑정치' '제국'을 정리하면 한 편의 무협지이다. 선거는 프레임이라고 해도 너무 수준 낮은 프레임인데 무엇보다 이 후보가 내세운 프레임을 분석하면 이 후보는 아연실색할 것이다.

궁예는 어떤 사람인가? 삼국사기에 따르면 善宗自稱彌勒佛(선종자칭미륵불) 즉 궁예는 미륵불을 자칭한다. 신라 왕족의 후예이지만 아웃사이더로 자신의 처자식조차 죽이고, 관심법으로 호족들에게 예측 불가능한 위협을 가하다 신하 왕건에게 권력을 빼앗긴다.

이 후보가 스스로 아웃사이더라고 말을 하니 혈통에서 닮았고 형의 정신병원 입원에 일조한 가혹함, 기초단체장을 압박했던 점은 호족을 관심법으로 압살하고자 한 궁예를 떠올리게 한다. 무엇보다 궁예는 미륵불을 자처했다. 대중이 선호하는 미륵불에 자신을 투영해 자신의 부족함을 상쇄하려 한다. 이런 이미지 정치는 정치 역사와 생명을 같이한다. 문제는 증세의 정도인데 동학농민군, 노무현 전 대통령, 인권운동가 등에 이미지를 투영하고 상대를 주술, 암흑으로 극한 대립 구도를 만들려 한다. 유권자의 절반은 주술정치를 지지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미지 선거는 정책이 실종됐을 때 극단적으로 가동된다. 기본소득이 표로 반응하지 않고, 소확행이라는 틈새 전략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태에서 '정권심판'이라는 강물을 막기 위한 초식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협지를 밤새워 읽는 사람도 이기어검의 촉산객을 믿지는 않는다. 지금 과도한 이미지 선거로 오히려 중도표를 잃어버리고 있다.

윤 후보는 신천지(마교)와 친하고 자신은 신천지의 본진을 털었다는 표현을 거침없이 한다. 필자는 신천지 교도를 단 한 명도 모르지만 당시 이 후보가 마교 본진을 터는 능력있는 정치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놀랐다. '저분은 남들이 박수치면 길거리에서 창녀를 돌로 치라고 하실 위험이 있구나'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코로나 초기 당시 종교단체도 활동을 자제를 하는 게 옳았다. 그러나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과 국가 무능에 대한 비판을 신천지가 전부 감당하도록 과잉대응을 한 점은 분명히 있다. 그 과잉대응의 마녀 재판 선봉에서 마교 본진을 털었으니 표를 달라는 것이다. 만약 이 후보가 당선되면 윤 후보에 표를 준 사람들은 주술정치를 신봉한 무지한 자들이니 돌로 치라고 할까 겁이 난다. "죄 없는 자 먼저 돌로 치라"는 예수의 말씀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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