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임양기 충북도 감사관

영화 '로마의 휴일'에는 '진실의 입'이 등장한다. 한 나라의 공주인 오드리 헵번과 미국 기자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전 세계 뭇 남성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영화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진실의 입'은 고대 로마의 분수 장식이거나 하수구 뚜껑처럼 보이는데 이 둥근 조각이 거짓말 탐지기다. 거짓말을 한 사람이 입안에 손을 넣으면 손이 잘린다는 전설이다. 그러한 입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현대의 모든 부정부패를 예방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도가 소속 공무원들의 공직비리를 사전에 예방하고 청렴한 공직문화 정착을 위해 '자율적 내부통제시스템'을 운영한다. 이 시스템은 업무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정오류나 각종 비리를 상시 점검하기 위한 자율통제 장치로, 청백-e 시스템과 자기진단 제도, 공직자 자기관리시스템으로 구성됐다.

청백-e 시스템은 비리가 감지되면 행정시스템과 연계해 담당자에게 경보를 울린다. 자기진단제도는 인허가, 보조금 집행 등 부패 취약분야 전반에 대해 스스로 점검하는 시스템이다. 공직자 자기관리시스템은 청렴활동 실적을 관리한다.

시스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매주 목요일을 '청백-e 상시모니터링의 날'로 지정·운영한다. 연말에는 결과를 평가해 5개 우수부서를 시상하고 포상금도 지급한다. 효율적인 예방행정 시나리오 발굴을 독려하고 청렴 시책 추진도 적극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청백-e 모니터링으로 법인카드 부적정 사용과 대금 연체 방지 등 총 5천869건의 행정오류를 예방했다. 보조금 집행과 인허가 등 1만4천524건 자기진단을 수행하고 청렴시책을 적극 추진한 결과 2020년 부패방지시책 평가 1등급에 이어, 2021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시·도 중 유일하게 1등급을 달성했다.

인간은 한 번쯤 부정의 유혹에 직면한다. 성경에 보면 최초의 부정은 에덴동산에서 시작됐다.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善惡果)를 먹어서는 안된다는 계율을 어겼다. 선악과로의 손쉬운 접근이 화근이었다. 만일 그때 선악과 나무 옆 방범시스템을 이중, 삼중으로 설치했더라면 인류는 에덴동산에서 행복하지 않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내부통제시스템은 일종의 공직사회의'진실의 입'이다. 물론 이러한 제도보다 더 좋은 방법은 공직자 스스로 늘 청렴의 각오를 다지는 일이다.

 임양기 충북도 감사관

선악과 에피소드처럼 인간은 누구나 부정의 유혹에 흔들릴 수 있다. 그것이 의도했던 부정이던 의도하지 않았던 오류던간에.

안타깝게도 영화속 진실의 입은 현실에 없다. 그러나 우리도 역점시책인 '자율적 내부통제시스템'을 잘 이행한다면 행정의 투명성 확보와 함께 공직사회 '진실의 입'으로 당당히 자리매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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