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며칠 전 멀리 지방에 있는 지인에게서 조그마한 봄 선물 하나를 받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청도산 '미나리'였다. 잎은 파릇파릇 싱싱하고 쭉쭉 뻗은 연한 줄기가 그야 말로 봄의 기운을 한껏 머금은 자태였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으로 입맛이 없던 차에 잘됐다 싶었다.

봄동이나 도다리쑥국도 봄이 왔음을 알게 하지만 입춘이 지나면 으레 생각나는 봄의 전령사는 단연코 미나리다. 그래서 그날 저녁 당장 미나리를 먹기로 했다.

미나리전과 미나리 무침은 물론 환상의 조합이라고 하는 삼겹살과 함께 말이다. 노릇노릇 구워진 삼겹살에 미나리를 곁들여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아삭한 식감과 입안에 가득 차는 청량한 기운은 꼭 겨울의 새벽 공기가 입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을 정도였다.

옛 선비들은 미나리를 두고 날씨가 추울수록 더 푸르고 싱싱하게 자라는 채소라고 칭송했다고 전한다. 옛사람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생으로 미나리 한 줄기만 입에 넣어 보면 여타 봄나물을 모두 제치고 미나리가 가장 최고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김학수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br>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미나리는 청량한 식감만큼이나 해독작용에 탁월해 산성화된 몸을 중화시켜주고 혈액을 맑게 하며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시켜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풍부한 식이섬유 덕분에 강장·해열 등에도 효능이 있다. 다만 미나리 자체는 차가운 음식에 가까우므로 몸이 냉한 사람은 익혀 먹는 것을 권한다. 그러기에 삼겹살과 함께 구운 미나리는 더없이 잘 맞는 궁합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침 3월 3일은 3이 두 번 겹치는 '삼겹살데이'다. 아직은 찬 바람이 스며드는 이른 봄, 파릇파릇한 미나리와 삼결살로 봄을 맘껏 불러 보는 것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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