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됐다. 하지만 당선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 윤석열 당선인이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당장,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절반이 넘는 국민을 보듬는 일이 급선무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오명 속에 막판까지 격렬한 선거전을 치른 터라 보수, 진보 간 분열의 상처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는 이번 대선을 통해 지역별·세대별·계층별 갈등이 얼마나 깊은지 똑똑히 지켜봤다.

물론 선거기간 내내 국민의 최대 화두였던 적폐를 청산하고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건설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책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가 침체되고 잇단 정책 실패로 부동산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점도 직시할 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 등 나라 안팎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한반도를 둘러싼 불가측성은 그야말로 심각한 상황이다. 당선인은 오늘부터 새로운 각오로 국민 앞에 서야 한다. 지금까지는 한 정당의 후보였지만 오늘부터는 온 국민의 지도자로서 모두를 끌어안는 통섭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선거기간 내내 눈총의 대상이 됐던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권력의 핵심에 자기 사람만 심는 바람에 오히려 사회통합을 해쳤던 과거 정권의 잘못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표심을 잡는 데 급급해 엄혹한 경제위기에 대한 해법 마련에 소홀한 채 지역발전, 경제회생 등 근사한 포장지로 국민들을 현혹하지 않았는지도 따져볼 때다. 공자의 설화인 '예기(禮記)'를 보면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也·가정맹어호야)"고 전한다. 표를 구하기 위해 유권자의 귀만 솔깃하게 만든 공약의 거품을 걷어내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설득의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비록 선거는 패했지만 끝까지 분투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도 위로를 보낸다. 아울러 앞으로 새로운 정부가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펼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할 것을 당부한다. 극한의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야당이 될 민주당 역시, 새 정부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견제는 할 수 있지만 협력할 것은 아낌없이 협력하는 것이 자성의 길이고, 왜 국민들이 수권정당의 후보를 선택하지 않고 '정권연장' 대신 '정권교체'를 희망했는지 뼈저린 성찰이 필요하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대선기간 동안 맞섰던 살벌한 대결의 장막을 걷어내도록 온 힘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산적한 국가적·지역적 현안 앞에서 더 이상 좌고우면할 시간이 하등에 없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국민들을 더이상 사지로 내모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민들은 오직 '책임 있는 변화와 개혁'을 바랄 뿐이다. 정치는 신의다. 신의가 바탕이 되지 않는 정치는 패도다. 신의를 잃은 정치는 국민을 한 때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이지는 못한다. 그래서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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