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NPO를 찾아서>
일본에는 2만3천5백여개의 NPO법인이 활동하고 있다.한신 고베 대지진에 따른 피해자 구제활동과 고령화 사회로의 구조전환,재무행정의 개혁요구가 이들 비영리 활동법인의 태동 배경이다.전체 법인의 40%가 보건·복지 분야일 만큼 일본 사회는 ‘삶의 질 향상’에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도시마케팅의 주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어메니티(쾌적성)가 일본에서는 주요 화두가 되고 있는 것.충북지역 시민단체 활동가와 대학교수,종교인으로 구성된 서원대NGO사업단이 충북도의 후원으로 지난 10일부터 6일간 다녀온 일본 이바라키의 NPO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초등학생이 정부를 움직이다
아사자(노랑어리연꽃) 프로젝트는 ‘가스미가우라’ 유역의 환경보전과 지속형 사회 구축을 목표로 하는 일본의 대표적 시민 공공사업이다.
특정비영리활동법인인 아사자 기금(대표이사 이이지마 히로시)이 이 사업의 중심에 있다. ‘가스미가우라’(면적 220만 평방 킬로미터)는 일본에서 두번째로 큰 호수다. 그러나 바닷물을 차단하고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죽음의 호수’로 불리기 시작했다.
“95년이었어요. 가스미가우라를 지키자고 신문과 라디오, 정보지에 광고를 냈더니 초등학생들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작은 연못을 만들어 가스미가우라와 같은 유전자를 가진 수초를 재배하고 다시 심자는 계획이었죠. 초등학생들이 ‘우리학교에 연못을 만들겠다’고 신청했고 아이들의 뜻에 선생님이 움직이고 마을사람들이 움직였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가스미가우라의 환경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콘크리트 호안은 고사리 손으로 키운 수초들로 인해 풍성해졌고, 외래어종으로 인해 질소와 인의 함량도 대폭 감소됐다.
또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어종은 산림의 비료로 쓰이고 있다.
히로시 대표는 아사자의 성과를 피라미드형 사회를 네트워크형 사회로 바꾼 결과라는 데 주목했다.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아이와 어른의 협동, 생활지식과 과학지식의 결합이 지금의 아사자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시민없는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고민이 한창인 국내 NGO 활동가들에게는 입맛 당기는 설명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는 중재 역할을 하고 모든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시민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의 현실은 구조부터 다르다.
NGO와 NPO는 |
일본에서 아사자프로젝트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벤치마킹하는 환경보전 성공사례로 꼽힌다. 중심에는 프로젝트만 있을 뿐 전문가와 학교, 주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행동하는 점이 활동가 중심의 한국형 모델과 다르다.
아사자 기금의 가장 직접적 파트너는 어업종사자들이다. 가스미가우라의 환경보전을 위해 아사자 기금은 최근 정부에 수문을 열자고 제안했다. 공업용수와 농업용수로 쓰고 있는 이 호수의 물을 물고기가 살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한 대안이었다.
일본에서 가장 큰 은행인 UFJ은행은 수문을 열 경우 193억엔의 경제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장기적으로는 1년간 308억엔의 수익이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도를 막고 수초를 보호하기 위해 제작한 나무로 만든 소파시설은 연간 최대 5천명의 고용창출을 이끌어 냈다.
따로 목재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가치가 없는 나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자연재생과 고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가스미가우라 호수 인근 34개 숲에서 솎은 나무가 호수를 지키고 있다. 이는 숲을 방치하고 있던 소유주들에게도 이득으로 돌아왔다.
히로시 대표는 말한다. “매년 1만명의 초등학생이 참여하는 아사자의 미래는 밝다. 아이들이 온다는 것은 그 부모와 가족이 온다는 이야기다. 고사리손이 일본의 환경 혁명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