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치유하고 일어서는 사람들 보면 보람 느껴"

조성근 지휘자가 지난 3월 17일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 옆 대기실에서 하모니카의 매력에 대해 말하며 미소짓고 있다.
조성근 지휘자가 지난 3월 17일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 옆 대기실에서 하모니카의 매력에 대해 말하며 미소짓고 있다.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영화 '하모니'의 모티브가 된 청주여자교도소 합창단 지휘자 조성근씨가 지난 3월 17일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서 하모니카 챔버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등장했다.

유명 가수들이 종종 애용하던 악기가 오롯이 주연으로 조명받을 수 있게 한 일등공신은 조성근 지휘자였다. 실버단원들과 1년여 연습 끝에 하모니카 오케스트라 창단의 꿈을 실현시킨 그를 만나 창단계기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대중들이 알고 있는 하모니카는 해방이후 소개된 트레몰로 하모니카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제 하모니카 종류는 150여 종이 넘어 하모니카로만 오케스트라 연주가 가능하다. 서울과 경기, 전라도, 경상도에는 하모니카 오케스트라 결성돼 활동하고 있으나 충청권에는 전무한 실정이다. 중부권을 대표하는 하모니카 오케스트라를 통해 하모니카에 대한 인식전환과 보급에 기여하고자 창단하게 됐다."

크로매틱·트레몰로·코드·베이스 4종의 하모니카로 구성한 챔버 오케스트라 창단과 관련 하모니카의 매력에 대해 묻자 조 지휘자는 3가지를 꼽았다.

"하모니카는 악기가 작아서 휴대가 간편하고 다른 악기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 다양한 음색과 화음을 통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선율을 구현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하모니카를 '마우스 오르간'으로도 부른다. 마지막으로 건강과 재미를 줄 수 있는 악기라고 생각한다. 손과 호흡, 혀와 입술을 통한 연주비법으로 호흡건강과 육체적·정신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음악치료연맹 총회에서는 '하모니카 음악치료법'도 보고된 바 있다. 수면무호흡증, 불안신경증, 우울증 치료 등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악기다."

지난 2010년 개봉작 '하모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다양한 캐릭터와 개연성 있는 스토리로 당시 3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청주여자교도소 합창단은 현재 코로나19의 발생과 함께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고 연습은 중단됐고 합창단원들 중 일부는 출소하는 등 여러가지 변수가 맞물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 지휘자가 기억에 담고 있는 교도소합창단은 어떤 의미일까.

"음악 치유요법 중 공연예술치유가 있다. 공연을 통해서 작은 성공이 반복되면 자존감이 회복된다. 당시 서울세종문화회관 공연을 보고 영화제작사에서 연락이 와 기획, 제작됐다. 합창의 매력은 다른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수없이 연습에 매진하면서 마치 한사람이 부르는 것처럼 깨끗하고 맑은 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수용자들의 변화를 실시간 체감할 수 있었다. 장기수용자 중 교도소에 많은 불만을 갖고 교도관들과 관계에서 어려움 겪던 분이 '합창을 통해 제가 바뀌니 세상이 바뀌는 것을 알았다. 지휘자님께 감사한다'고 인사를 했던 게 기억난다. 실제 교도관들도 사람 자체가 변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던 게 기억난다. 지금은 출소해 열심히 살고 계신 걸로 알고 있다."

조성근 지휘자가 지난 3월 17일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 옆 대기실에서 하모니카의 매력에 대해 말하며 미소짓고 있다.
조성근 지휘자가 지난 3월 17일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 옆 대기실에서 하모니카의 매력에 대해 말하며 미소짓고 있다.

보은군 산외면에 위치한 백석교회 담임목사이기도 한 그는 서울태생이다. 서울장로회신학대학교 교회음악과 지휘 전공자인 그는 지난 2005년 보은 백석교회 전도사로 부임했다. 지난 2007년에는 보은개나리합창단 지휘자를 맡는 등 목회자 신분을 넘어 음악을 매개로 지역과 활발히 소통해왔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지만 늘 음악이 어렵게만 느껴졌다. 결국 음악이 아닌 신학을 택했지만 여전히 음악을 사랑하고 있다. 음악은 저에게 여전히 이루고 싶은 꿈이다. 음악은 사람에게 삶의 활기를 갖게 해주는 힘이 있다. 연주자와 청중 모두에게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다. 앞으로 하모니카오케스트라를 통해 사람들이 음악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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