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동 도램마을 8·10단지 인근 10여m 떨어져 승·하차 이용 불편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승강장(오른쪽 빨간 원)에 앉아 있다가도 10여m를 더 뛰어가 버스가 서는 곳(왼쪽 빨간 원)까지 달려가야 한다. /나인문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승강장(오른쪽 빨간 원)에 앉아 있다가도 10여m를 더 뛰어가 버스가 서는 곳(왼쪽 빨간 원)까지 달려가야 한다. /나인문

[중부매일 나인문 기자]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지정된 세종시에 가장 '스마트 하지 않은 버스정류장'이 있어 크나큰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문제의 정류장은 세종시 도담동 도램마을 8단지와 10단지 인근에 위치한 지선버스 승강장으로, 버스승강장을 만들어 놓았지만, 정작 버스를 타려면 10여m를 뛰어가야 탈 수 있다.

애초부터 잘못된 도시계획으로 인해 승강장 주변을 아예 철골 구조물로 막아놓고, 10여m 떨어져 있는 곳에서 버스를 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류장에 앉아 있다가 버스가 다가오면 버스가 정차하는 곳까지 뛰어가야 탈 수 있어 안전사고 우려마저 높다. '무늬만 승강장'이지 버스에 오르내릴 수 없는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버스 승강장의 방향도 차도가 아닌 인도 쪽으로 거꾸로 설치돼 있어 승객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인문
버스 승강장의 방향도 차도가 아닌 인도 쪽으로 거꾸로 설치돼 있어 승객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인문

이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당초 도시계획을 설계할 때 편도 2차선 도로와 폭 1.5m의 자전거도로, 폭 2m의 보도, 폭 4m의 공개공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정작 버스승강장이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민들이 편하게 버스를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승강장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주민들이 사용하는 공개공지를 기부채납방식으로 양보를 받아야 하지만, 일종의 사유재산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지정된 세종시에서 이러한 황당한 버스승강장은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해결할 방법도 없어 시민의 안전이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최악의 승강장'으로 두고두고 시민들의 원성을 들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재 이 승강장은 지선버스 201번, 203번, 205번, 222번, 430번, 500번, 550번, 601번, 801번, 991번이 정차하는 곳이다.

특히 201번이 양방향 승강장을 하루 왕복 124회, 203번과 205번이 각각 98회, 222번 100회, 430번 68회, 500번 42회, 550번 22회, 601번 180회, 801번 106회, 991번 72회 등 하루 910회 왕복운행할 정도로 시민들의 이용이 많은 곳이다.

게다가 승강장 내에 설치한 의자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버스가 오면 곧바로 버스를 탈 수 있는 여타 승강장과 달리, 승강장 입구가 차도 쪽이 아닌 인도 쪽을 바라보고 있어 어르신 등 교통약자들이 버스를 승차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버스가 오면 10여m를 뛰어가야 하는 것도 부족해 차도 방향이 아닌 아파트 상가 쪽을 바라보고 버스를 기다리는 해괴한 상황에 놓여 있다.

시민 오모씨(38·여·도램마을11단지)는 "승강장과 버스를 타는 곳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너무 어이가 없었는데 승강장 방향마저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어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며 "대한민국 어디에도 이러한 해괴망측한 승강장은 없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오씨는 또 "얼마 전 세종시가 '자율주행 모빌리티 국제 콘퍼런스'를 열어 최첨단 자율주행버스를 운행한다고 홍보하는 것을 봤는데, 자율버스 운행 이전에 기본적인 교통안전 시설물부터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이와 관련, 세종시 관계자는 "승강장에서 버스를 바로 탈 수 있도록 개선하려 했지만, 부지 확보가 어려운 상태"라며 "현재로서는 별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어 솔직히 속수무책인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버스승강장 입구가 차도방향이 아닌 인도를 바라보게 설치한 것은 승강장 지붕이 버스와 부딪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며 "버스승강장 방향만이라도 버스를 승·하차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개선하려고 했지만, 좁은 차도 상황이나 자전거도로와 보도 침범 문제 등으로 달리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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