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민인숙 샛별초 수석교사

"얘들아, 저녁에 외식하려고 하는데 뭐 먹고 싶어?"

"탕수육이랑 짜장면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즉시 대답한다.

"아니 그거 말고~" "음~그럼 돈까스" "그건 지난번에 먹었던 거 같은데?"

그날 저녁 식사는 아빠의 제안에 따라 맛집이라고 소문난 제법 비싼 곳에서 먹었다. 그런데 회식을 마치고도 아들이 투덜대듯 던진 한마디가 머릿속에 남아 계속 신경 쓰이게 했다. "치~결국 자기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면서"

아들이 말하기 전까진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터라 부부는 적잖이 놀랐고 머리를 맞대고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남편은 자식들의 의견은 무시한 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권위적인 사람으로 비추어진 상황에 당혹스러워했다. 나름 가정적인 가장이 되려고 애쓰던 사람이었으므로. 부모는 아들의 의견보다는 비싸고 맛난 것을 먹을 기회를 준 것이 더 나은 사랑법이라고 여겼고, 어린 아들은 부모의 그런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했다. 과연 그날 식사는 얼마나 즐거웠을까? 어느 날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너희들 집에서는 어떠니?' "우리 집도 그래요~"교실 안이 쩌렁쩌렁 울린다.

소통의 부재로 인한 불협화음은 삶의 현장에서 종종 일어난다.

민인숙 샛별초 수석교사
민인숙 샛별초 수석교사

직장에서는 관리자의 열정이 때론 직원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밀어붙이기식 독선으로 비춰지기도 하고, 직원들의 직언이 그저 하기 싫어 반대를 위한 핑계나 도전처럼 보여질 수도 있다. 각자가 만들어 놓은 틀 속에 갇혀 자신들의 관점에서만 문제를 바라본다면 더욱 팽팽하게 맞서게 되고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틀을 깨고 나와 겸허히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 더 나은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아들의 뼈있는 한마디를 흘려보내지 않고 오히려 성찰의 기회로 받아들인 부부에게 박수를 보낸다. 철없던 그 아들도 결혼해 아들을 낳았다. 그도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치고 틀을 깨는 수고로움을 거치며 성숙한 아비가 되어 갈 것이다.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를 이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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