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칼럼] 김동우 논설위원

오늘은 문재인 정부가 모든 권력을 내려놓은 날. 오호 애재(哀哉)라!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친문, 문빠의 한숨이다. 땅이 꺼질듯하다. 한숨에 이어 아예 눈과 귀를 닫기도 한다. 이른바 멘붕(mental 崩壞) 상태다. 그렇게나 나라를 좌지우지했던 인간들이 왜 갑자기 이 지경에 빠졌을까? 5년 동안 국격거양(國格 擧揚)의 신화를 창조했지만, 많은 국민이 이를 무시해 혹은 알아주지 않아 권력을 탈취당함에 분노와 억울함을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 말대로 정말 문재인 정부는 국격을 높였는가?

국격(national dignity). 나라의 품격(品格), 기품(氣品)이다. 품격은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을 말한다. 사람으로서의 품격, 인격(人間品格)처럼 나라도 이 같은 품격이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국격은 '한 나라의 정부나 시민이 갖추어야 할 질서와 예의'로 정의한다. 국격은 '나라 國'과 '바로 잡다, 격식 格'의 합성어다. '格'은 나무 '木'과 제각각 '各'의 합쳐진 형상문자다.

'格'은 격식 있는 나무의 집합으로 가지치기와 간벌이 조건이다. 가지치기는 겉모양을 고르게 하고 불필요하거나 무질서한 곁가지 따위를 자르고 다듬는 일이다. 간벌은 더불어 발육을 위해 불필요한 나무를 솎아내는 일이다. 특히 간벌은 햇빛 받기와 영양분 흡수를 위한 과당경쟁을 줄여 상생의 의미가 있다. 가지치기와 간벌을 통해 잘 다듬어진 나무는 모양도 좋고 재목감으로 안성맞춤이다. 나무가 품격, 목격(木格)을 갖춘 셈이다. 목격(木格)은 자연 상태에서 주변 나무들과의 상생을 통해 서로 잘 어울리는 품위를 갖추었다는 뜻이다.

나라도 범죄. 부조리, 비리, 부패 부정, 무질서, 갈등, 타락 등 각종 불필요한 사회현상을 제거하고 그 나라에 맞는 질서와 예의를 확보해야 한다. 질서와 예의는 지속가능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이렇게 되면 국격을 갖춘 나라다.

국격이 언론에 처음 등장은 지난 1948년 7월 4일 자 경향신문이라 알려져 있다. 이후 간간이 사용되다 인구에 회자(膾炙)한 시기는 2000년 중반이라 한다. 최인훈 작가가 그의 작품 <유림:2005년 6월 출간>에서 국격을 사용하면서부터다. "한 사람의 개인에게는 인격이 있듯이 한 국가에도 국격이 있는 것이다." 당시 언론 등에 신조어 거론 횟수가 증가하자 지난 2011년 2월 국립국어원은 국격을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준어로 올렸다.

국격이 요즘 말이 아니다. 가지치기와 간벌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넝쿨 식물이 마구 휘감아 수형이 구부러져 잘 자라지 못한다. 나무가 햇빛 받기와 영양분 흡수를 위한 무한경쟁에 휘말렸다. 나약해 질대로 나약해 약풍에도 위태하다. 상처투성이로 각종 병충해에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 이미 비바람에 쓰러진 나무가 많고 벌레가 먹어 줄기 곳곳이 썩은 나무도 있다. 대한민국 국격이 이런 나무와 다르지 않다. 만신창이(滿身瘡痍)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제대로 국격을 갖춘 적이 없어 새삼 거론할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검수완박(檢搜完剝).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해 경찰에게 넘기는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인해전술로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정부도 법안에 대한 공포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신속히 의결했다. 번갯불에 콩 튀겨먹었다. 여당, 검찰 등 법조계,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도 국민 공청회 한 번 거치지 않는 채 말이다. 이 과정에서 빚어진 국회에서의 여야 간 몸싸움이 가관이었다.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다. 물론 이런 추태가 한두 번은 아니지만, 법안에 대해 옳고 그름을 떠나 여하튼 처리 과정은 국격에 똥칠한 셈이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논설위원 

가는 정부 못지않게 국격 실추에 한몫하기는 오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는 신승(辛勝)에 취해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있다. 가는 정부가 오죽 실정(失政)했으면 그 실정의 산실인 청와대를 벗어나고 싶었을까? 아마 청와대 쪽으로 소변조차 보지 않을 심정일 거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요구하지 않았다. 내각 후보자 인선 역시 과거 정부의 못된 관행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자진 사퇴에 이어 입시 비리와 아빠 찬스 등 각종 의혹으로 청문회가 안개 속이다. 인사 필터링 시스템 오작동에다 오리발 작전이다. 권력을 잡았으니 마구 휘두르겠다는 심산이다. 신구갈등 또한 국격 실추 요인이다.

떠나는 뒷모습은 아름다워야 한다. 새 정부는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뒷모습은 아름답지 못하다. 국민은 희망을 품을 수 없다. 국격이 추락한다. 중구난방에다 혼돈의 늪으로 말이다.

키워드

#김동우칼럼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