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김영주 보은여고 수석교사

요즘 우리 학교 정원에는 온갖 아름다운 꽃들이 한창이다. 붓꽃, 클레마티스, 황금조팝, 작약, 그리고 학교 담장에 피어있는 짙붉은 장미까지. 그 중 유난히 내 눈과 코와 마음을 사로잡는 꽃 모란! 부귀화라 불릴 만큼 기품있는 자태와 향을 자랑하는 꽃이다. 해마다 모란이 피는 이 계절, 유월이 되면 나는 추억에 젖어 들곤 한다.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음악 선생님이 되어 첫 출근을 한 것이 6월이고, 결혼 후 8년을 기다려 얻은 첫 딸을 품에 안은 것이 6월이며, 신앙생활에서 직분을 받게 된 것도 6월이니, 나에게 6월은 참 특별하지 않은가.

나는 올해 6월로 교직 경력 32년을 꽉 채웠다. 음악 교사로 30여 년을 보낸 일은 내 삶에 '맞춤형 선물'과 같은 일이다. 대학 졸업 후 순위 고사가 아예 시행조차 되지 않아 여러 해를 기다리며 애를 잔뜩 태우던 나는 3월 초 공고를 접한 후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누르며 4월에 시험을 치고, 5월에 합격자 발표가 난 후, 드디어 6월 1일 자로 정식 발령을 받게 되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숨이 가쁘도록 가슴 벅찬 일이었다. 교정 화단에 모란이 가득했던 6월, 부임 첫날 자그마한 시골 학교 운동장 조회대에서'교직을 간절히 기다려온 만큼 여러분을 만난 것이 무척 기쁘다'고 부임 인사를 했던 기억이 새롭기만 하다.

어느덧 교직을 마무리하는 해가 되고 보니 내 속에 뜨거운 감사가 매일 흐른다. 내게 교직은 다른 어떤 직업과도 바꿀 수 없는 고마운'천직'이다. 교직은 내게 삶의 이유였고 보람 그 자체였으며, 나의 인생을 빛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김영주 보은여고 수석교사
김영주 보은여고 수석교사

"모란꽃 피는 유월이 오면 또 한 송이의 꽃 나의 모란. 추억은 아름다워 밉도록 아름다워." 눈을 감고 감동에 젖어 부르던 마음 순수한 아이들의 목소리와 나의 피아노 반주 소리가 어우러지던 음악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치며, 아쉬움과 감사함에 벅차오르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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