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 화단으로 차량 진입 방해 - 주민 "관할관청 불공정 업무처리"… 세종 동교리 마을 갈등 고조

[중부매일 나인문 기자] "시집 온지 56년 동안 이용했던 길이고, 선대까지 따지면 한세기 가량 사용했던 도로인데, 갑자기 자기 땅이라고 길을 막고 화단을 만들어 차량이 오도 가도 못하는 게 말이 됩니까?"

세종시 전의면 동교리 한 마을의 이웃이 갑자기 원수지간으로 돌변한 사연이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토지주인 정모씨가 노후주택을 철거하고 새로운 주택을 신축하면서 비롯됐다.

팔순을 넘긴 신모씨는 "시집와서 지금껏 선대부터 사이좋게 지내왔는데, 아들 뻘인 정씨가 갑자기 주택을 헐고 새로 집을 지으면서 느닷없이 수십 년간 사용했던 도로의 일부가 자기 땅이라며 화단을 설치하는 바람에 난리가 났다"며 "그렇게 하지 말라고 애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이웃주민 이모씨는 "폭 3m, 길이 70m의 이 도로는 반세기가 넘도록 주민들이 이용해 온 현황도로"라며 "정씨가 주택 신축과정에서 폭 1.4m, 길이 18m, 면적 25㎡에 화단을 조성하면서 도로가 1.6m로 축소돼 차량 통행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무리 도로 일부의 소유주라고는 하지만 주민들이 오랫동안 통행했던 관습도로(현황도로)를 막고 통행을 방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관할관청인 세종시와 조치원읍은 조속히 원상복구 명령을 통해 주민들이 예전처럼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또 관할관청의 묵인과 불공정한 업무처리 때문에 이러한 일이 초래됐다고 성토했다.

조치원읍이 정씨의 건축신고를 처리하면서 도로 지정·공고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형질변경 성토의 높이가 50㎝ 이상인 경우 개발행위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를 묵인해 줬으며, 현황도로에 화단을 조성해 통행을 막고 있는데도 주민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한 채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민들은 "차량을 이용할 수 없어 무거운 짐 보따리를 들고 70m 이상을 걸어 다녀야 하는 것은 물론, 이씨의 경우 1935년에 건립된 노후 주택을 증·개축하고 싶어도 공사차량 진입이 불가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성토했다.

더욱이 "정화조 차량이 진입하지 못해 분뇨를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화재나 응급환자 발생 시에도 긴급 자동차가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세종시와 조치원읍은 반세기 넘게 주민들이 이용했던 현황도로를 통행로로 다시 이용할 수 있도록 원상복구 명령 등 공권력을 통해 이를 해결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세종시 구도심의 경우 관습적으로 이용해 온 현황도로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토지경계를 둘러싼 분쟁이 빈발하고 있다.

도시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신도심과 달리 구도심의 경우 토지현황과 지적도가 일치하지 않는 토지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는 1910년대 일제강점기에 낙후된 측량기술로 조사·작성된 지적도를 지금까지도 사용하고 있는 곳이 상당수에 달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조치원읍 관계자는 "오랫동안 통행로로 이용하고 있는 사실상의 통로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개인 소유의 토지 사용에 대해서는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주민들께서 토지주와 원만히 합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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