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일주 공주문화원장

오는 16일은 초복(初伏)날이다. 24절기 중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는 소서(小暑)와 더위가 가장 심하다는 대서(大暑)사이에 드는 초복이야말로 해가 새로 바뀐 이래 지내온 날 중에서 가장 더운 때라는 의미도 있다.

얼마나 더우면 '복(伏)날'이라고 했을까? '복(伏)'자는 '숨다', '굴복하다', '엎드리다'라는 의미이니, 에어컨이 없던 시절 복날에는 무더위를 피해서 숨어들 듯 계곡이나 숲을 찾기도 하고, 시원한 그늘에서 움직이지 않고 엎드려 조용히 책을 읽기도 했다.

복 중에는 비 오듯 땀이 흐른다. 그래도 복에 굴복하고 마냥 쉬고 있을 수만은 없다.

복(伏)이 한 번만 들면 몰라도 10일 간격으로 초복, 중복, 말복이라 하여 세 번이나 드니 20일 동안에는 땀 흘리는 일상을 피하기 어렵다. 그야말로 '삼복더위'를 피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특히 올 해와 같이 월복(越伏)이 드는 해에는 중복에서 말복까지 20일이나 걸리니 초복부터 한 달간은 낮이나 밤이나 땀 흘리고, 열대야로 잠까지 설치는 한증막 날씨 속에 지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복 더위에는 지치고, 입맛, 밥맛을 잃어 체력까지 떨어지기 십상이다.

속신(俗信)에는 복날에 개울이나 강에서 목욕을 하면 몸이 여윈다고 하여 아무리 더워도 참아야 했다.

만일 초복 날에 목욕을 했다면 중복과 말복 날에도 목욕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

요즘에는 속신을 믿는 사람이 없겠지만, 수박과 같은 복더위 과일이나 아이스크림, 빙수, 냉차 등의 식품을 지나치게 먹으면 배탈이 나거나 체력이 떨어질 수 있어, 닭백숙이나 흑염소탕 등 보신(補身)되는 음식을 많이 섭취하기도 한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하여 팥죽을 쑤어먹기도 하고, 바닷가 백사장에서는 뜨거운 모래찜질을 하면서 무더위를 이겨내기도 한다.

너무 더워서 비가 내리길 바라기도 하지만, 이 때 비가 세차게 내리면 초복 즈음에 피는 대추나무 꽃이 떨어질 수 있어 '복날에 비가 오면 청산, 보은 큰 애기가 운다'는 말도 있다.

복날에는 날씨가 맑아야 대추나무 열매가 잘 매달리고, 그래야만 큰애기가 혼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풍자한 말이다.

복(伏)이 든다고 해서 만물이 힘든 것은 아니다. 우거진 숲에서는 온갖 새들이 새끼를 쳐서 높은 하늘을 날고, 논에서 자라는 벼는 줄기를 강하게 키워 본격적인 나잇살을 먹는다.

부모와 조부모의 정성어린 부채질 바람으로 자라는 아기들은 한 가정, 지역사회, 국가의 새로운 꿈으로 자란다.

지난 7월 1일에 새로 임기가 시작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주민을 위한 좋은 시책을 마련하느라,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에서는 원 구성을 잘 해서 주민을 위한 의정 봉사를 열심히 하기 위해 초복의 무더위에도 지친 기색 없어 보인다.

이일주 공주문화원장
이일주 공주문화원장

일부 지방에서는 갈등과 파행도 있다고도 하지만, '유권자의 신성한 표로 선택받은 주민 대표'라는 사명감으로 더위를 이겨내듯 어려운 과정을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삼복(三伏)을 거치면서 벼의 줄기에 마디, 마디 세 마디가 자란다고 한다.

제 아무리 무덥고 어려운 때라고 하여 지혜를 가진 우리가 한 표씩 정성껏 모아 선택한 대표들이 어찌 지역발전에 소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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