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한 마리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니, 백 마리의 개가 따라 짖는다(一犬吠形 百犬吠聲)." 중국 고전 '잠부론(潛夫論)'에 나오는 말이다.

개 한 마리가 짖으면 다른 개들도 덩달아 짖어댄다. 처음의 짖음은 그 까닭이 있겠지만, 뒤따르는 짖음은 영문도 모르고 그저 따라 짖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지혜롭다는 사람 사회에서도 그런 일이 적지 않다. 때로는 남의 말만 듣고 덩달아 누구를 매도하고 따돌리며, 때로는 황당한 유언비어에도 동요한다.

우리 속담에도 '남이 장에 가니까 덩달아 씨오쟁이 메고 따라간다.', '밤눈 어두운 말이 워낭소리 듣고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줏대 없고, 주관도 없고, 맹목적으로 남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사람을 비웃는 말이다.

한비자 '설림상(說林上)' 편에 광자동주(狂者東走) 축자동주(逐者東走)라는 말이 나온다. '미치광이가 동쪽으로 달려가면 뒤쫓는 자도 동쪽으로 달려간다.'?는 뜻으로 부화뇌동(附和雷同)이란 말과 같은 개념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자신의 명확한 소신 없이 남이 좋다는 것에 무작정 쫓아다니는 것을 말한다.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최고경영자 A와 B가 만났다. A가 자랑했다. "내가 절벽에서 떨어지려 하면 우리 회사 직원들이 나를 따라 일제히 떨어지려 한답니다. 당신은 그런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갖고 있나요?"

B가 답했다. "아니요. 우리 직원은 내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지요."

어느 날, 사과나무 아래서 낮잠을 자던 토끼는 '꽝'하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도망을 쳤다. 이 모습을 본 노루가 이유를 묻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고 있어"라고 토끼가 대답을 했다. ? 놀란 노루도 토끼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고 이어 원숭이도 코끼리도 너구리도 숲속의 모든 친구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숲속 끝에는 천 길 낭떠러지가 있는지도 모르고 달렸다. ? 숲속의 왕 사자가 이들을 멈추게 하고 왜 달리는지 이유를 물었다. 사정을 알게 된 사자는 동물들을 데리고 토끼가 낮잠을 자던 장소로 가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나무 아래 도토리 한 알이 떨어졌을 뿐 너무나 평화롭기 짝이 없었다. ?

곤충학자 장 앙리 파브르는 날벌레들의 생태를 주의 깊게 관찰하던 중 매우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날벌레들은 아무런 목적도 없이 무턱대고 앞에서 날고 있는 놈만 따라서 빙빙 돈다는 사실이다. 어떤 방향이나 목적지도 없이 그냥 빙빙 돌기만 한다.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빙빙 돌고 있는 바로 밑에다 먹을 것을 가져다 놓아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계속 돌기만 한다. 이렇게 무턱대고 7일 동안이나 계속 돌던 날벌레들은 결국 굶어서 죽어 간다고 한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아무런 목표 없이 파브르가 관찰한 날벌레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전체 인류의 87%에 이른다고 한다.

지금 우리의 삶은 어떠한가? 혹시 남을 따라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죽기 살기로 달려가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뒤돌아 볼 때라고 생각한다.

목적이 분명해야 방법이 있고, 수단이 동원되는 것이다. 분명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그 목표는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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