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변호사

#1 관상은 과학이다

시간의 흐름은 흔적을 남긴다. 이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여서 시간이 흐르며 사람에게 남긴 흔적을 통해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관상은 과학이다'라는 말은 아무래도 참인 명제인 것 같다.

생활 태도는 몸에 나타나고, 성격이나 직업은 그가 사용하는 언행에서 드러난다. 오랫동안 쌓인 생활태도와 언행은 풍화작용처럼 사람의 얼굴을 특정한 방향으로 빚어낸다. 그래서 관상에 대하여 조예가 깊은 사람은 얼굴만 보고도 그가 보낸 세월을 읽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미래를 짐작할 수 있을 개연성이 높다.

변호사로 많은 이들을 겪다보니 나 역시 사람의 본질을 잘 꿰뚫는 편이다. 뒤통수 치는 사람은 돌이켜 보면 비열한 관상이고, 거짓말에 능한 사람의 눈에는 거짓이 들어있다 내가 얻은 결론은 관상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있을 뿐 어쨌든 그 사람 본연의 모습은 얼굴에 그대로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얼굴은 그 사람이 살아온 세월에 의한 풍화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2 변호사 관상

몇년전 모 지방법원을 출입하면서 관상 덕에 작은 특혜를 받은 적이 있다. "저렇게 생긴 사람은 변호사"라면서 나에게 소지품 검사를 요구하는 신참을 나무라던 법원 공익근무자가 있었다. 덕분에 공항 검색대에서처럼 철저하게 받아야 할 소지품 검사를 면제받았다. 그날따라 깜빡하고 변호사 배지를 달고 있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덕분에 기분 좋게 재판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할 수 있었다.

요즘에는 QR코드를 단말기에 인식시키고 통과하면 그만이지만 과거에는 변호사 신분증을 보여주거나 변호사 배지를 착용하는 것으로 변호사 신분을 확인하고 법원출입시 필요한 삼엄한 검문검색을 면제받을 수 있었다. 자주 다니는 법원에서는 늘 보는 변호사이기에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법원은 일년에 몇 번 가지 않는 생소한 법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 공익근무자는 나의 관상으로 내가 변호사임을 알았다고 밖에...

#3 깡패 관상

군대시절 한 신병이 나의 직업을 '무술가'라고 추측한 적이 있다. 태권도나 유도선수나 사범.. 백번 양보해서 '무도인'이라는 말도 있는데도 요즈음 직업으로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무술가'를 콕 집어 말했다. 다음날부터 나의 별명은 '도하단 황비홍'이 되었다.

나중에 후임과 친해지고 내가 왜 무술가로 보였냐고 물어보니 그는 내가 깡패 생활하다 입대한 사람이거나 서커스에서 차력 쇼를 하는 사람으로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직설적으로 말하기 어려워 무술가라고 순화해서 말했다고 한다. 그는 사과를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내가 딱 그렇게 생겼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내 인생의 암흑기였다. 처음 입학한 대학은 중도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늦깎이로 다시 입학한 학교에서는 잘 적응하지 못하였다. 반건달처럼 살다가 끌려가듯 입대를 했다. 부적응자의 눈에는 독기가 가득했고, 불규칙적인 생활은 검고 거친 피부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4 변호사처럼 생긴 변호사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권택인 변호사

방황의 시간을 마치고 긴 세월과 여러 직업을 돌고 돌아 변호사가 되었다. 그리고, 변호사로 보낸 세월이 나의 얼굴을 변호사의 얼굴로 만들었는지 이제는 처음보는 사람이 나를 변호사로 인식해 주는 일도 생겼다. 내가 거울을 봐도 이제는 깡패 보다는 변호사 관상에 가까운 것 같다.

변호사 관상이라고 해서 뭐 대단한 것은 없다. 장시간 법률서적이나 판례를 들여다 보다 생긴 거북목과 퀭한 눈이나 사건 고민이 남긴 미간의 깊은 주름 정도가 되려나? 분명 변호사 외모는 미적 관점에서는 그다지 선호되지 못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나의 외모에만 비추어 내가 변호사로 보였다는 것, 그것은 내게 주어진 시간동안 내가 변호사 본연의 자세로 열심히 잘 살아왔다는 유력한 증거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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