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훈련·힐링' 집중 컨디션 조절 경기력 강화"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수영센터의 모습. /정세환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수영센터의 모습. /정세환

[중부매일 정세환 기자] 체육이 점차 발전하면서 국제 사회에서 올림픽 금메달 개수가 곧 국력이 되는 시대가 왔다. 전문 체육인 양성에 많은 돈이 들기 때문이지만, 그만큼 올림픽 무대는 더 이상 선수 개인의 꿈이 아니라 국민들 모두의 염원이 됐다. 국민들의 꿈과 염원을 이루기 위해 내년과 내후년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벌써부터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는 곳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체육의 새로운 산실, 진천선수촌이다. 중부매일이 진천선수촌 완전 개촌 5주년을 맞이해 진천선수촌을 둘러보고, 유인탁 선수촌장을 만나봤다. /편집자


◆세계 최대·최고 규모의 국가대표 선수 훈련 시설, 진천선수촌= 진천선수촌은 들어서자마자 열심히 운동하는 선수들의 기합 소리로 시끄러울 것 같지만, 실상은 굉장히 고요하고 한산하다. 선수촌이 워낙 넓고,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 등의 국제 대회를 앞두고 있는 시기가 아니면 모든 선수들이 입촌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장 많은 선수들을 만난 곳은 점심시간의 선수식당이었다.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웨이트트레이닝센터의 내부 모습. /정세환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웨이트트레이닝센터의 내부 모습. /정세환

진천선수촌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선수촌을 훈련시설보다는 운동장이 많으면서 잘 관리된 대학교 캠퍼스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웨이트트레이닝센터에서 만큼은 운동의 열기를 단번에 느낄 수 있다. 각종 운동기구들이 줄 지어 서 있는 약 1천300평 넓이의 강당은 마치 '운동 공장'을 연상케 한다.

진천선수촌은 140만5천797㎡(43만여평) 넓이의 부지에 35개 종목 약 1천200명의 선수들을 수용할 수 있는 훈련 시설을 갖추고 있다. 과거 태릉선수촌과 비교하면 평균 3배 이상의 규모를 자랑한다. 단순 규모만 큰 것이 아니라, 21개 훈련 시설과 11개 부대시설 또한 최첨단으로 꾸며져 있다. 실내·외 훈련 모두 영상을 촬영해 전문 분석관이 꼼꼼하게 분석하고, 메디컬센터와 스포츠과학센터 등의 전문 선수 지원시설도 갖추고 있다.
 

유인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 /정세환
유인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 /정세환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선수촌장, 유인탁 진천선수촌장=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진천에 들어왔으면, 젊음을 다 바쳐서라도 태극기가 세계 가장 높은 하늘에 펄럭이게 하라."

유인탁 진천선수촌장은 지난해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에 전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을 거쳐 선수촌장으로 선임됐다. 유 촌장은 첫 전문 선수 출신 선수촌장이다. 그는 지난 1984년 출전한 LA 올림픽에서 레슬링 자유형 -68㎏급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를 들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었다.

유 촌장은 선수 생활을 해봤기에 운동의 '깊이'를 아는 것이 자신만의 강점이라고 한다.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주간훈련계획서에 적힌 모든 종목의 훈련을 꼼꼼히 확인하고, 6시부터는 선수들과 같이 아침 운동을 한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난 8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웨이트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다. /정세환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난 8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웨이트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다. /정세환

그는 "훈련하는 선수들의 눈빛만 봐도 훈련 강도가 강한지 약한지 알 수 있다"며 "과도한 훈련은 부상의 주요 원인이고, 훈련을 적게 하면 시합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지도자들과 수시로 상의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이면 취임 1년을 맞는 유 촌장은 그동안 선수들의 '훈련'과 '힐링'을 가장 중요시 여겼다고 한다. 훈련과 힐링 모두가 충족돼야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과 최상의 컨디션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 제가 선수 생활하던 시절의 선수촌은 먹고, 자고, 훈련하고, '빠따' 맞는 게 하루 일과였다"면서 "이제 선수촌은 '빠따' 대신 의과학, 마사지, 스포츠과학으로 선수들을 돌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선수촌 운영에 임했지만, 그에게도 큰 어려움이 있었다. 바로 코로나19였다. 지금이야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 내년 9월로 대회 일자가 확정됐지만, 코로나19로 항저우 아시안 게임의 무기한 연기 발표는 선수들의 사기를 마구 깎아내렸다. 지난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인해 이듬해 열린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 유 촌장은 이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유인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이 지난 8일 촌장실에서 진천 선수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세환
유인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이 지난 8일 촌장실에서 진천 선수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세환


그는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보이콧한다는 정부의 발표를 들었을 때,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져 내리면서 깊은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심정이었다"며 "항저우 아시안 게임의 무기한 연기된 직후 선수들의 훈련 강도, 스피드, 의지 등이 전부 하락하고 부상 선수가 급증했다"고 회상했다.

유 촌장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선수촌내 행사를 열었다. 그는 지난달 진행됐던 국대 선수촌 가왕 선발전과 국가대표 Re:Fresh 체육대회 등을 통해 단 하루만이라도 선수들의 머릿속에서 운동을 비워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선수들이 그렇게나 노래를 잘하는지 몰랐다"며 "500여명의 선수들에게 1억원 상당의 선물을 뿌리고,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게 해주니, 확실히 사기가 크게 오른 것이 눈에 보였다"고 말했다.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눈앞의 지상 과제인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 있어 유 촌장은 목표를 중국, 일본에 이어 3위로 잡았다. 그는 "본래 전문체육에 있어 한국은 일본을 앞질러 왔으나, 일본이 도쿄 올림픽을 위해 십수년간 전문체육에 투자한 반면 우리나라는 생활체육에 투자해 상황이 바뀌었다"며 "단순 3위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27개 차이 났던 것을 대폭 줄이겠다"고 다짐했다.

유 촌장은 국가대표 선수인 만큼 후배 선수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훈련을 중요시 여기는 그는 역시도 훈련을 가장 강조했다. 유 촌장은 "선수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는 나이는 보통 25세 전후"라며 "훈련할 수 있는 나이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은퇴하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하루하루 영혼을 담아 연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인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이 지난 8일 촌장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정세환
유인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이 지난 8일 촌장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정세환

또 유 촌장은 목표와 이를 이루기 위한 간절함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진천선수촌의 선수들은 무조건 세계 1등,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차라리 죽겠다는 간절함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꿈 꿀 자격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헝그리 종목'이었던 복싱, 레슬링, 유도 등을 비롯해 모든 선수들이 정말 간절하게 임했는데, 그 '헝그리 정신'이 지금의 선수들에게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유 촌장은 '국가대표 정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올림픽 무대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가치이자 우리나라 전체의 자긍심"이라며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과 감동을 주는 '국가대표 정신'을 선수들이 실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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