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권오중 시인·가수
금년에는 소나기가 오락가락하며 큰 피해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뒤늦은 물 폭탄에 여름이 떠내려간다. 계속되는 빗줄기에 무더위도 떠내려간다. 115년 만의 폭우로 곳곳에서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상흔이 깊고 아프다. 우리 사는 세상 무엇이든 도가 지나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구름과 구름이 충돌하며/하늘에서 전쟁이 벌어졌다/거대한 탱크 굴러가듯/요란한 천둥소리/하늘에서 땅을 가로지르는/눈부신 번개가/대낮처럼 세상을 밝히며/눈을 크게 부릅뜨고/세상을 호령한다//
뇌성벽력雷聲霹靂이/큰 소리로 하늘을 호통치니/요란한 곡소리 나고/슬픔에 북받쳐/주룩주룩/소나기 내린다//
한바탕/요란한 전쟁이 휩쓸고 지나가면/맑은 하늘에 밝은 햇살이 퍼지고/비둘기처럼 평화가 찾아오지만/하늘나라 전쟁은/커다란 생채기를 내며/지상에 큰 시름 안겨준다//
지상에서 벌어지는/욕심과 사랑의 전쟁/마음에 깊은 생채기 내고/갈등을 부채질하며/평화와 끊임없는 전쟁을 벌인다/그래서 평화의 얼굴엔 생채기가 있다(전쟁과 평화 권오중)
이렇게 하늘 전쟁이 끝나면 이 땅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뒤이어 태풍이 틈새를 노리며 기웃거릴 것이다. 막바지 뜨거운 햇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평화를 노래하며 연은 꽃을 피운다. 이렇게 여름의 향연은 끝자락을 향한다. 키가 큰 해바라기도 먼발치에서 미소짓는다.
조개가 진주를 품듯/진흙이 연꽃을 피웠고//해 맑은 그 얼굴에/부처님 미소가 서려있다//뜨거운 태양을 연모하며/징하게 여름을 노래하니//가슴에 박힌 사랑이/알알이 연밥 씨앗 되었고//그리움이 맑은 이슬 되어/연잎에 살포시 앉아있다(연꽃 권오중)
비가 멈추고 쨍하고 해가 비치면 매미가 요란하게 운다. 여름이 떠나가는 게 서러워 우는 것일까.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것이다. 매미는 땅속에서 굼벵이로 6~7년간을 살다가 어둠이 내릴 즈음 우화羽化하여 1~3주 정도 살다 죽는다. 매미가 지상으로 나오는 목적은 사랑을 찾아 짝짓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매미는/오직 하나 사랑 위해/옥빛 날개를/달빛에 말리고 있다//매미는/오직 하나 사랑 위해/그토록 오랜 세월/깜깜한 땅속에서 굼벵이로 살았다//매미는/오직 하나 사랑 위해/정갈한 수액樹液만 먹고/고고孤高하게 산다//매미는/오직 하나 사랑 위해/뜨거운 여름날/그렇게 목놓아 운다//매미처럼/오직 하나 사랑 위해/사랑의 시詩를 쓰며/뜨거운 가슴으로 살고 싶다(매미의 사랑 권오중)
한여름에 시끄럽게 우는 매미는 참매미와 말매미이다. 특히 말매미는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하면 다른 매미들이 모두 따라서 떼창을 하여 무척 시끄럽게 느껴진다. 쓰름매미가 울고 귀뚜라미가 울기 시작하면 눈치 빠른 고추잠자리가 하늘을 맴돌며 가을을 재촉한다. 광복절, 태극기를 흔드는 바람에 말복이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