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칼럼] 김영식 서원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요즘 정치권에서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사자성어가 회자되고 있다. 양두구육은 '양머리를 내걸어 놓고는 실제로는 개고기를 판다'라는 뜻으로 '겉은 번지르르하나 속은 변변치 않은 것' 즉, 겉과 속이 다른 것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 여기서 양(羊)은 털을 깎는 양이 아니라 같은 한자로 표기되는 염소를 지칭한다.

양두구육은 춘추시대 제나라 영공(靈公)의 일화에서 유래한다. 영공은 남장한 여인에 대한 성적 취향이 있었고, 그의 특이한 취미가 온 나라에 전해지자 제나라 여인들이 온통 남자 복장을 하기 시작했다. 이를 전해들은 영공은 남장을 금지시켰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당대 명성 있는 사상가인 안자(晏子)를 우연히 만난 영공이 금지령이 지켜지지 않는 까닭을 물으니, 안자가 이렇게 대답했다. "임금께서 궁궐 안에서는 여성들이 남장을 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궁궐 밖에서만 이를 금지 시키시니, 이는 마치 소머리를 문밖에 걸어 놓고 실제로는 안에서 말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영공은 안자의 충고대로 궁중에서도 여인들이 남장하는 것을 금하게 했고, 이후 제나라에서는 여인들이 남장하는 풍습이 사라졌다고 한다.

원문에서는 염소(羊)머리가 아니라 소머리(牛首)로, 개고기가 아니라 말고기(馬肉)로 표현되었지만 여러 문헌과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면서 양두구육(羊頭狗肉)으로 쓰이고 있다. 요즘 정치권에서 양두구육 논란이 한창이다. 사실 정치권에서 겉과 속이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어제 오늘일이 아닌데 유난을 떤다는 생각도 든다. 좋은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알고 보면 실속도 없는 졸렬한 정책도 있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면에는 특정 집단이나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인도 있다. 개고기를 염소고기로 속여 파는 정치인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제나라에서 여인들이 남장하는 풍습이 사라진 것처럼 '양두구육'하는 장사치들이 시장에 발을 못 붙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개고기가 염소고기로 둔갑하지 못하도록 유통과정이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그리고 관련 행정청에서는 속여 파는 장사꾼을 단속해서 엄하게 처벌하고 개고기를 사서 먹은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정신적·물질적 손해배상을 물려야 한다.

염소고기를 사려는 소비자들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염소고기와 개고기가 식감이 비슷하다고 할지라도 분명 차이가 있다. 겉만 번지르르한 고기 덩어리만 볼 것이 아니라 질감과 빛깔을 유심히 봐야 차이를 알 수 있다. 장사꾼의 그럴싸한 사탕발림에 속지 않으려면 염소고기의 본질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개고기를 염소고기로 속여 파는 놈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염소고기를 사면서 염소인지 개인지도 구분 못하는 손님이라면 제대로 된 염소고기를 먹을 자격이 없다.

지금도 우리 정치권에서는 개고기를 속여 파는 장사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염소머리를 걸어 두고 그럴싸한 사탕발림으로 개고기를 팔고 있다. 한 번 팔고나면 그만이라는 심산으로 손님들이 개고기를 먹는지 염소고기를 먹는지 아랑곳하지 않는다. 재미가 들린 장사치들은 다음에 더 크고 먹음직스런 염소머리를 걸어두고 마찬가지로 개고기를 팔고 있을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하나 사기 위해 가격비교를 하고 구매후기를 자세히 읽어 본다.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좋은 물건을 사기 위해 몇날 며칠을 웹서핑에 매달리기도 한다. 재래시장이나 대형마트에서 먹거리를 하나 사려고 해도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원재료가 어디서 왔는지 신선도는 어떠한지 꼼꼼하게 살펴본다. 하루 먹거리를 살 때는 그렇게 정성들여 비교분석하면서 정작 4년, 5년 먹거리를 살 때는 염소고기인지 개고기인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걸려있는 염소머리만 보고 고르기 일쑤다.

김영식 서원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이런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똑똑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양두구육을 일삼는 장사치들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스마트슈머(Smart+Consumer)'가 되어야 한다. 염소고기인지 개고기인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비교하고 분석하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삼시세끼 먹는 음식은 아니라도 5년에 한 번, 4년에 한 번 구매하고 두고두고 먹어야 할 음식인데 속아서 사고 나면 환불도 안 된다. '양두구육'하는 장사꾼에게 속지말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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