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부 차장

충북도소방본부 직원 일부가 '을질 문화'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후배의 하극상을 견디기 힘들다는 이들의 주장은 '청렴한 소방 조직문화 정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이흥교 소방청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을질'이라는 단어는 피해자의 행동을 문제 삼으며 가해행위를 정당화시키려고 할 때 주로 쓰인다. 자칫 2차 가해로 느낄 수 있는 위험한 표현이다.

그런데 최근 을질이라는 단어가 소방조직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오고 있다. 평소 온화한 성품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A소방령이 '직장 내 갑질'로 징계를 받게 되자, 일부 직원들은 '피해자가 을질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 근거는 '아주 사소한 내용을 괴롭힘으로 부풀렸다', 'A소방령 승진을 막으려고 일부러 신고했다'. '징계위가 견책 처분을 내렸다' 등이다.

A소방령 갑질사건은 소방청이 직접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소방청은 A소방령의 여러 행위가 갑질이 맞다고 결론 냈다. 피해자 역시 최초 신고자 1명이 아니었다. 조사과정에서 A소방령에게 갑질을 당했다는 피해자는 다수 나왔다.

신고시점은 승진심사를 앞두고 진행된 것이 맞다. 소방령이 승진하면 소방서장을 할 수 있는 소방정이 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갑질 신고는 당연히 승진심사 전에 해야 한다.

징계위는 A소방령에게 징계양정 기준을 어기고 견책 처분했다. 규정마저 어긴 솜방망이 처분 탓에 을질 주장은 더 힘을 얻었다.

다행히 장거래 본부장은 '징계가 잘못됐다'며 재심사를 청구했다. 견책이 아닌 감봉 이상의 징계를 내려달라는 취지다.

신동빈 사회부 기자
신동빈 사회부 차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에서는 을질을 외치는 일부 직원들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징계가 억울하다고 생각된다면 여론전보다는 신고가 더 효과적이다. 갑질 피해자처럼 A소방령을 피해자로 적시한 '을질신고'를 국민신문고 등에 접수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