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문화제 폐막식 관련 자료사진
직지문화제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DB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은 불교 서적이다. '직지심체요절'이 말해주듯 '사람이 마음을 바르게 가졌을 때 그 심성이 곧 부처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는 선불교 내용을 담고 있다. 분명 불경이 아니다. 고려 우왕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주조인쇄(쇠를 녹여 거푸집에 넣어 금속활자를 만들어 인쇄) 되었다. '직지>를 인쇄한 활자가 제작 년과 제작자 미상의 금속활자(metal movable type)라는 점에서 <직지> 외 다른 서적의 인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청주시는 2003년부터 매년/격년제로 <직지> 관련 축제를 이어 온다. 그 성과가 미흡한 게 흠이다. 갖가지 콘텐츠를 열거하고 참여를 유도했지만, 기대 이하였다. 그저 청주지역 초중고의 현장학습에 따른 학생이 참여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타지인이나 외국인 참여는 '가물에 콩 나듯' 했다. 2016년 행사 명칭이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로 '국제'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행사명을 무색하게 했다. 

밥상과 멍석을 나름 잘 차려놓았으나.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얘기다. <직지>와 고려 금속활자에 대한 인지도 강화는 물론 창조적 가치 창출에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퍼부으면서 치른 전국적 아니 세계적 축제가 왜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일까? 

행사 명칭에 '고려 금속활자'가 없음이 그 원인 가운데 하나다. 정보혁명이나 창조적 가치 창출은 '<직지>'가 아니다. 그것을 주조 인쇄한 '고려 금속활자'다. 고려 금속활자가 조선으로 이어지면서 진화와 발전을 거듭해 각종 서적을 인쇄, 많은 사람이 정보와 지식을 공유했다는 점에서다. 축제마다 제시되는 '직지의 창조적 가치 창출'이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데도 행사 명칭은 변함없이 '직지'만 고집한다. '직지'를 모르는 사람이 '직지 축제' 용어에서 고려 금속활자로의 상상력이나 사유력을 발휘하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다. 그저 고서적 관련 축제로 오인할 수 있다. 물론 부제 등으로 고려 금속활자를 표기하고 있지만, 금속활자 함의 홍보에는 충분치 않다. 선이 고려 금속활자이고, 후가 '직지'임에도 고려 금속활자는 뒤로 밀려 있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독일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는 <직지>에 78년(1445년 간행) 뒤졌다. 독일은 <42행 성서>와 금속활자 관련 축제를 연다. 축제 명칭은 '마인츠 구텐베르크 축제'다. 마인츠는 도시이고 구텐베르크는 금속활자를 만들어 <42행 성서>를 인쇄한 사람이다. 청주시와 달리 <직지>와 동격, 금속활자본인 <42행 성서>를 축제 명칭에 넣지 않았다. 더욱이 <직지>는 상하권 간행됐지만, 하권만 전해진다. 그것마저 청주 아니 우리나라에 없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다. 직지의 의미를 제대로 각인시키려면 '고려금속활자 직지'가 더바람직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