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나인문 대전세종본부장

"한계에 부닥친 수도권 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경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해 청와대와 중앙부처를 이전토록 하겠습니다."

세종시의 오늘은 2002년 9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세웠던 행정수도 건설 공약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종시의 지난 20년은 한마디로 '노무현의 꿈'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20년이 흐른 지금도 세종시는 여전히 '행정수도'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

2천년 역사의 파리와 런던, 3천년 역사의 아테네와 알렉산드리아에 비할 바 못되고, 6천년을 자랑하는 예루살렘에 비하면 이제야 걸음마를 뗀 셈이다.

하지만 지난 20년 부침(浮沈)의 세월을 뛰어넘은 '세종'은 누가 뭐라고 해도 이 땅의 행정수도여야 마땅하다.

문제는 세종과 서울의 괴리다. 누가 말해도 더 큰 문제는 정치다. 정치가 서울과 세종 130㎞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 진원지는 물론 국회의원이다. 툭하면 공무원들을 서울로 불러올려 호통을 치기에 바쁘다. 장관이 뜨면 차관, 국장, 과장도 떠야한다. 장관은 서울, 과장은 길바닥, 사무관은 세종시에 있다는 말은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절규다. KTX는 오송역과 서울역을 오가며 늘 공무원들의 한숨을 싣고 달린다. 이 얼마나 비효율의 적폐인가.

브라질 브라질리아는 세종시처럼 행정수도 건설을 공약으로 내건 대통령 후보에 의해 시작됐다. 푸트라자야는 쿠알라룸푸르와 불과 20㎞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은 '아시아의 관광관문'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세종시는 어떠한가.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말뿐인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늘 정염으로 난도질되기 일쑤다. 구호만 요란한 수도권규제 정책에 묻힌 'in서울'로 인해 나머지 국민들은 'out사이더' 신세가 됐고, 지금도 우리는 서울공화국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나인문 대전세종본부장
나인문 대전세종본부장

정치인들의 하는 꼴을 보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도긴개긴이다. 그게 그거고, 그 분이 그 분이다. 한 뼘의 양심으로 측정 불가다. 이 무미건조한 유체이탈은 권모술수다.

광해군 때 임숙영이란 선비가 있었다. 별시 문과에 응시한 그는 '가장 시급한 나랏일이 무엇인가?'라는 책문을 받아들고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안지를 써냈다.

"나라의 가장 큰 병은 정신 못 차리는 임금에게 있다." 답안지를 본 임금이 노발대발 펄쩍뛰며 임숙영을 벌하라고 했지만 좌의정 이항복은 "그를 벌하면 언로(言路)가 막히고, 나라가 망하는 단초가 된다"며 그를 급제시켰다.

이제라도 정치권은 세종시를 적막한 그림자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천년의 빛으로 세상을 비추게 만들 것인지 답해야한다. 말뿐이고 구호만 요란한 선동정치로는 절대로 천년사직을 고(告)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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