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병원 분원 유치' 북부권 의료공백 해소에 효과적

김윤 서울대병원 교수가 충북북부권 의료공백 해소를 위한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신동빈
김윤 서울대병원 교수가 충북북부권 의료공백 해소를 위한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으로 우리사회 의료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에서도 일어나는 의료공백, 이 문제는 지역으로 내려오면 더 심각하다. 특히 대형병원 하나 없는 충북북부권 주민들은 원정진료가 일상화돼 있다. 이에 중부매일은 지역 간 의료불균형 해소를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만나 지역 의료공백 해소를 위한 방안을 들어봤다. /편집자



"3차 병원 부족한 충북북부권, 충북대병원 분원 설립은 지역민 의료공백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

김윤 교수는 충북북부권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서는 서울대병원 유치보단 지역을 기반으로 한 충북대병원 분원 유치가 훨씬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을 유치했다고 가정하면, 지금 당장은 충북대병원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아주 짧은 시간 나타나는 효과일 뿐, 지역 의료문제를 해결을 위해서는 충북대병원과 같은 지역 의료기관이 들어서야 한다."

대학병원 분원은 진료범위의 한계나 의료인력 수급 등 문제로 모(母)병원과의 협조체계가 중요한데, 서울대병원 충주분원과 본원은 상호협력 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는 건국대 충주병원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건국대 충주병원은 지역 의료문제 해결을 위한 투자가 아닌, 의대 정원확보를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이 병원은 최근 운영병상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 지역민을 위한 각종 의료서비스도 수익성 등을 이유로 제한하고 있다.

"충북대병원이 의료취약지로 꼽히는 북부권에 500병상이 넘는 분원을 짓겠다는 것은 '우리병원을 스스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잘 치료하겠다'가 아닌 '우리지역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지역을 거점으로 두고 있는 국공립 의료기관으로써 바람직한 방향성이다."

김 교수는 분원 유치 등 지역의료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수도권과 대형병원 위주로 결정되고 있는 의과대학 정원문제도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의과대학 정원은 병원이 있는 곳에 정원을 주고 있다. 이렇다보니 지방 의과대학에도 수도권 학생이 절반정도 다니고 있다. 이들은 졸업하고 지역에서 일하는 의사가 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과대학 정원을 지역 의료수요를 반영해서 책정하고, 대학 입학 때도 지역민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

전국 의과대학 정원수(의전원 제외)를 살펴보면 충북은 49명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인접한 충남 243명, 대전 89명, 강원 269명의 신입생을 모집하는 것과 대조된다. 이런 현상은 북부권 의료공백과 맞닿아 있다. 병원이 있는 곳에 정원을 늘린다는 기존의 방침이 지역 간 의료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김 교수가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유는 3차 의료기관의 부제로 골든타임을 놓치는 지역민들의 모습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은 치료 가능한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치료가능사망률이 인구 10만명 당 충북 46.95명(2019년 기준)으로 전국 최하위다.

"그간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다며, 돈이 없어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내 주변에 없다면 이는 반쪽짜리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병원비 문제 뿐만 아니라 우리생활 주변에 좋은 병원이 있어야 한다."

김윤 서울대병원 교수가 충북북부권 의료공백 해소를 위한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신동빈
김윤 서울대병원 교수가 충북북부권 의료공백 해소를 위한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신동빈

3차 병원의 유무(대진료권) 및 2차 병원의 병상수(중진료권), 지역 내 의료 수요 및 인구수와 면적 등으로 나눈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구축 3차 연구'에 따르면 충북은 상급종합병원 부족으로 중환자 사망률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이 중 제천과 단양 등 북부권은 2차병원 기준 병상은 전국 평균보다 1.2배 많지만, 입원환자의 사망률은 전국 평균보다 1.3배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작은 병원이 많아지면, 입원 환자 수의 증가로 병상 수가 그에 비례해 늘어나지만, 중증환자는 돌볼 수 없는 비효율적인 의료체계가 유지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충북북부권 주민들은 서울이나 원주 등으로 원정진료를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의료 불평등을 계층 간 불평등과 지역 간 불평등으로 나뉜다. 이는 단지 의료계에서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봐야 한다. 내가 아플 때 우리지역에서 치료받을 수 없다면, 사람들은 그 곳을 떠난다. 의료불평등 해소를 지역의 생존문제로 봐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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