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지효 교육부장

충남 홍성의 한 중학교에서 벌어진 12초 짜리 영상이 연일 화두로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 되자 나 조차도 그 영상을 클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26일 한 동영상 플랫폼에 한 남학생이 수업 중에 교단에 누워 교사의 뒷모습을 촬영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이 과정에서 누구도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다른 학생들의 웃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해당 교사는 이런 상황을 애써 외면한 채 수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 영상이 급속도로 퍼져나가자 영상에는 "학교가 이렇게 엉망이 됐나", "교권이 무너졌다", "체벌이 부활해야 한다", "오죽했으면 저런 바지를 입고 수업을 할까?" 등 공분이 담긴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학교 측은 "영상 속 학생이 담임 선생님하고 굉장히 친하게 스스럼없이 지내다 보니까 약간 버릇이 없어졌던 것 같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

전교조 충남지부에서는 "충남교육청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엄정한 조치를 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눈으로 봤지만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참으로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학생의 존엄과 가치가 학교교육과정에서 보장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각 교육청에서 제정한 조례인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10월 경기도교육청이 처음으로 공포한 바 있다. 이는 각 시도 교육청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표현의 자유 ▷교육복지에 관한 권리 ▷양심과 종교의 자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학생인권조례에는 학생으로서의 책무와 의무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조항도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학생에게는 인권이란 이름으로 거의 무제한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것처럼 서술하고, 학교와 교사에게는 학생인권 보장의 책임만을 지우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이런 상황이 나올 때마다 교사들은 자조 섞인 말을 한다.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한 교사들이 학생들을 제지할 수 있는 권한은 미미하다고 말이다. 그렇게 따지면 '교사인권조례'는 왜 안 만드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모든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감정이 실린 무차별적인 체벌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학생 본분을 잊지 않고 어른이자 스승에게 무례한 짓을 하도록 그냥 두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교권추락은 진정 보호돼야 할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의 침해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지효 교육부장
이지효 교육부장

옛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스승의 위대함과 존경심을 강조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어디 학생 무서워서 교사들이 설 자리가 있는가? 스승과 제자간 신뢰 속에 서로를 믿고 함께 가야 한다. 학생들이 무서워서 교사들조차 학생들을 가르쳐 인도하는 '스승'이 아닌 그냥 직업인으로서 내 할 일만 하고 퇴근한다는 인식을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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