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쌀 관련 자료사진.
쌀 관련 자료사진.

가을 햅쌀 수확을 코앞에 두고 쌀 재배 농가들의 고심이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쌀값 폭락은 2021년산 쌀을 사들여 저장해놓고 판매하는 미곡종합처리장(RPC)에 직격탄이 됐는데, 이제는 햅쌀을 수확해 팔아야 하는 농가들에도 눈앞의 공포가 됐다.

폭락하는 쌀값을 어떻게 해서든 잡아보려고 민관이 함께 온갖 대책과 아이디어를 쏟아냈지만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쌀값은 맥없이 추락하고만 있다.

양곡 재배유통 전문가들은 쌀값 안정을 위한 단기 대책도 중요하지만 쌀 공급량 조절과 소비 증가라는 근본적인 수급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말까지도 21만원선을 유지하던 쌀값은 생산량·재고미 증가가 겹치면서 올해 초부터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정부의 쌀 추가 수매도 내려가는 쌀값을 막지 못하면서 올해 6월 말에는 평년가격인 18만원선이 무너졌다.

'마지노선'이라던 18만원선 붕괴에도 쌀값은 하락세를 멈추지 않았고 지난달 25일 16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저렴한 쌀값은 쌀소비 증가를 끌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재고미가 더 쌓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농협의 재고 폭증은 창고 저장공간 부족으로 인한 신곡 수매 대란과 가격 하락에 따른 쌀 농가 소득 감소 우려까지 낳고 있다.

지난달 기준 전국 농협 RPC에 쌓여 있는 재고쌀은 42만8천t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23만7천t보다 거의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전국 549곳 쌀 수매 농협 중 올해 7월 기준 전년 대비 재고 보유량이 50% 이상 증가한 농협은 161곳으로 전체의 29%에 달한다.

게다가 정부양곡을 보관하는 농협 창고의 97%는 저온저장시설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권의 경우 충북에는 한 곳도 없고, 충남과 대전에 각 1개씩 설치돼 있다.

저온창고란 실내·외에 '유니트 쿨러' 등의 장비를 설치해 내부 온도를 15도 이하로 유지하는 시설이다.

여름철과 장마철 등에도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쌀 품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비저온창고(일반창고)에서 양곡을 오래 보관할 경우 품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농협은 양곡 보관용 저온창고가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은 시설인 만큼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각국이 식량안보 강화를 위해 양곡 저장량을 늘리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저장 인프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농민들은 영농비는 치솟았는데 쌀값이 지난해보다 떨어진다면 농사를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고 토로한다.

정치권은 정부에 즉각적인 추가 수매를 요구하고 있지만, 고물가 우려가 큰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농민들이 쌀 생산량을 직접 조절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쌀이 시장에 나오기 전 양곡관리를 통해 정부가 공급량을 적극적으로 조절해 쌀값의 급격한 등락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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