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최근 한국은행 충북본부가 발표한 '2022년 8월 충북지역 기업경기조사 결과'에는 지역기업들의 힘든 경영 상황이 단적으로 드러났다. 애로사항으로 제조업은 인력난?인건비 및 원자재가격 상승을, 비제조업은 인력난·인건비 상승과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들었다.

제조업의 경우 전월 대비 인력난?인건비 상승 요인 비중이 7.5%p 높아진 반면 수출 부진 비중은 6.4%p 감소했다. 지역의 인력난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증거다. 일자리 문제는 노동시장 전반의 변화 추이와 세부 정책과제의 세심한 설계 및 실행이 조화를 이뤄야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난제 중의 난제로 꼽힌다.

얼마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영 일선으로 복귀한 후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기공식 참석을 첫 대외 행사로 삼았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반도체 초격차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기술 경쟁이 '인재 전쟁'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반도체·배터리·바이오·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인재의 선제적 확보 중요성을 역설하고 인재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말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재 구하기는 지역에서도 힘든 과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소멸 원인을 비수도권의 인구 유출 및 감소와 함께 청년층이 매력을 느끼는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하여 젊은이들이 떠나는 악순환에서 찾고 있다. 결국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젊은 층을 지역에 안착시키고 지방소멸을 막는 해법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 5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MZ세대((1984~2003년생) 구직자 1천명을 대상으로 한 괜찮은 일자리 인식조사 결과는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들이 평가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66.5%)이었다. 근무 지역은 수도권(50.7%), 연봉은 3천만원대(50.9%)가 가장 많았다.

근무 지역으로 재택근무 등 업무 형태가 다양화하면서 '위치는 상관없다'는 응답이 37.7%나 됐다. 일반적으로 수도권 거주자일수록 수도권에서 일하는 것을 우선했지만 지방 거주자는 위치에 따른 선호도가 비교적 적었다.

기업 규모에 대해서는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29.1%로 가장 높았다. 중소기업 취업 의사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2.6%가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60.0%는 '괜찮은 일자리라면 비정규직이라도 취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건들을 충족하면서 괜찮은 일자리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한 산업부문은 'IT?정보통신'(35.4%), '환경·에너지(배터리 포함)'(20.4%), '바이오?헬스'(11.5%), '반도체'(10.3%), '문화콘텐츠'(10.1%) 순이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한 괜찮은 일자리 기준인 '고용 안정성', '높은 임금', '자아실현 가능' 등과 확연히 다른 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워라밸을 추구하고 실리를 중시하며 공정에 민감한 MZ세대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괜찮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역 중소?중견기업 관련 시책 수립에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지역인재 양성→취업·창업→인재 유출 방지(유입 촉진)→인력난 해소'의 선순환 체계를 만들기 위해 기업의 이윤과 사회적 가치라는 파이를 동시에 키우는 '파이코노믹스'(Pieconomics) 전략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MZ세대들이 선호하는 튼실한 지역 주력산업군을 토대로 '환경-사회-지배구조'에 근거한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을 전 지역으로 확산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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