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개 권역 대학 총장협의회 연합회가 정부의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에 ‘수도권 대학의 정원 확대’ 방침이 포함된 것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7개 권역 대학 총장협의회 연합회가 정부의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에 ‘수도권 대학의 정원 확대’ 방침이 포함된 것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라는 국정과제를 야심차게 내걸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신입생 확보 어려움 등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들은 윤 정부의 이같은 행보로 기사회생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다.

그런데, 이런 기대와는 달리, 윤 정부가 지방대학의 어려움이 가속화되는 정책을 내놓아 지방대학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늘어나는 반도체 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반도체 관련 인력 양성방안'을 발표하면서 "대학정원 규제완화를 통해 반도체 산업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10년 간 15만 명의 반도체 인력을 양성한다면서 첨단 분야의 경우, 지역 구분없이 학과 신·증설 시 4대 요건 중 교원확보율만 충족하면 정원 증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역량 있는 대학이라면 지역과 관계없이 정원을 증원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정원 증원 대상은 학생과 기업의 수요와 선호도가 월등히 높은 수도권 대학으로 집중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수도권 대학의 정원 증원은 비수도권 대학의 인재 유출로 이어지게 되고 이 경우,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지방대학들은 고사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교육부의 대학 정원 감축 정책으로 지방의 대학들이 고사 직전에 있는데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늘리겠다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이다.

교육전문가들은 해가 갈수록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결국 반도체 산업인력 양성을 위한 정부의 대학 정원 규제완화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조치다.

실제 비수도권 사립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에 따라 정원 증원은 커녕, 신입생 확보조차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곧 지역의 위기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수도권 대학 정원을 묶어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슬그머니 무시한 수도권 대학 편법 증원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수도권 대학 정원 증원은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라고 외친 윤 정부가 스스로 내세운 국정과제를 뒤집는 결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지방시대'를 국정 모토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국정 운영 구상을 밝히면서 지역균형발전과 관련된 얘기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

이후에도 지방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을 강조한 발언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윤석열 정부가 가장 중요 정책으로 추진하겠다던 국가균형발전이 사실상 공염불이 되고있는 것이다.

지역균형발전 과제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반도체 인력 양성을 명분으로 추진하는 수도권 대학 증원 계획은 즉각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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