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칼럼] 김동우 논설위원

'인사만사(人事萬事).' 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이다.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순조롭다.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쉽게 따를 수 있는 문구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실천한 국가나 자치단체 통치자는 그리 많지 않다. 인사 때문에 자리에서 낙마하거나 비난받는 일이 허다하다. 심지어 국가나 자치단체가 혼란의 수렁으로 빠지기도 한다.

'다스릴 백리(百里:약 40km)의 마을이 있다고 해도 인재를 구하지 못하면 소용없다.'는 옛말이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많은 권력자가 인재 선발 지연이나 후보자 지명에 실패하는 이유가 뭘까?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나 자치단체의 최고 권력을 포획했으니, 구성원들을 전리품으로 망상하는 처사에다 최고 권력 포획까지 이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공로자에 대한 보은 책임 때문이다. 먹이를 물어오는 어미 제비 입만을 올려보며 먼저 달라고 아우성치는 새끼 제비들처럼 통치자를 암묵적으로 자리를 채근하거나, 한 방에 끝낼 히든카드가 있는 양 미묘한 인상을 취하는 권력 포획의 공로자들 역시 적재적소 배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선조들은 이런 불합리한 인사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통치자가 퇴치할 관리와 챙길 관리를 구분하고 있다. 순암 안정복(順菴 安鼎福)은 퇴치할 세 가지 유형의 암적(癌的) 관리를 지적했다. 첫째 자신의 명예와 이익만을 추구하는 세리(勢吏), 둘째 윗사람을 능숙하게 섬겨 총애받고 재주를 부려 명예를 얻는 능리(能吏), 마지막 백 가지 기교로 교묘히 사리(私利)를 구하고 자기 몸만 살찌게 하는 탐리(貪吏)다.

이이 율곡(李珥 栗谷)은 세 가지 현명한 관리유형을 들었다. 첫째 도덕이 몸에 배 임금을 섬기고 백성을 편하게 하며 정도(正道)를 행하는 대신(大臣), 둘째 나라를 걱정하면서 자기를 돌보지 않고 정성을 다해 백성을 보호하고 국가를 편하게 하는 충신(忠臣), 마지막 그릇 크기는 나랏일을 맡을 정도는 아니어도 재능이 관직 하나는 능히 맡을 만한 간신(幹臣:재능 幹)이다.

중국 청대 관료, 장차오(張潮)는 신선한 용인술을 제시했다. '인수구가입시(人須求可入詩), <幽夢影>.'이다. 줄여 '인구입시(人求入詩)'이다. '모름지기 사람을 구할 때는 시의 제목을 짓듯 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는 언어의 조탁(彫琢)이다. 자연석을 정과 망치로 불필요한 부분을 쪼아 조형물을 창조하는 예술 행위와 같다. 언어로 드러낸 시상(詩想)을 한두 단어 혹은 한 문장으로 함축해야 하는 시 제목 짓기는 심도 있는 사유력을 필요로 한다. 시의 제목을 짓기 위해 언어를 다듬고 다듬듯 인재도 검증에 검증, 또 검증을 거쳐 뽑아야 한다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가 취임 100일이 훨씬 넘었지만, 국무회의에 아직 공석이 있다. 국무회의 공석을 채우려는 건지 그냥 내버려 두는 건지 모를 정도로 태평하다. 친구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등용하려던 대통령의 의지는 수포가 됐다. 후보자가 청문회 도중 자진해서 사퇴했다. 인맥을 앞세우다 검증 실패에 따른 충격인지 그 후 후보자 수색에 헤매고 있다.

교육부 장관은 임명된 지 34일 만에 장관직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말이 자진 사퇴이지 학제 개편 등의 논란을 빚어 국민으로부터 쫓겨난 셈이다. 현재 국무회의 자리를 점하고 있지만, 일부는 인선 문제로 국민으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임명자, 공정거래위원장은 사의 표명에도 현재 국무위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윤 정부의 지명 후보자가 6일 만에 자진해서 사퇴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후보자의 청문회가 진행 중이나, 자녀 불법 유학 등의 논란으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미지수다.

현 정부는 시제를 짓는 듯하거나 퇴치와 챙김으로 현명한 관리를 구하는 데 실패한 셈이다. 학연 등 고질적 병폐인 코드인사가 횡행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검맥(檢脈)이 한몫하고 있다.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임명 지연은 대통령 지지율 추락이다. 지지율은 국령(國令)의 강도와 비례한다.

김동우 논설위원
김동우 논설위원

'모수자천(毛遂自薦), 낭중지추(囊中之錐)'라 했다. 인재를 찾기 힘든 데다 최상의 인재마저 없는 '모두 다 닭(群鷄皆鷄)'이라 생각한다면, 정부는 인재 찾는 데 애쓰지 말고 차라리 공개 모집함이 어떤가? 낭중지추(囊中之錐) 모수자천(毛遂自薦)이라 했다. 주머니 속 송곳이 겉으로 삐져나오듯 모수 같은 인재가 나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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