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대한민국이 지금의 발전된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엄청난 교육 투자의 결과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의 높은 교육열이 한 몫 했고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제발전은 불가능하다라는 생각으로 초기의 정부들이 교육에 힘을 기울인 결과이다. 심지어 외국으로부터 빌려오는 차관의 많은 부분을 대학 기자재 도입에 투입했다. 특히 공학계열에 대한 지원에 힘입어 교육받은 이들이 대한민국의 산업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10위에 이르는 정도로 발전했고 과거 전쟁의 참상을 딛고 일어선 모범 사례로 회자되는 나라가 되었다. 이제는 경제발전에 이어 한류가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고 반도체와 자동차 뿐 만 아니라 문화까지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소프트 파워도 강한 나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의 발전된 대한민국은 과거의 교육투자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미국이 선진국의 제일 앞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세계의 두뇌를 자국으로 끌어들이는 대학교육에 있다. 그렇게 유입된 고급 인력이 교육받은 후에 미국에 남아 그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에 오늘의 미국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 대학들에는 재정이 넘쳐난다. 1인당 교육비가 우리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고 연구비 지원 또한 그렇다. 법인화된 서울대조차 미국 대학과 비교하면 열악하기 그지없다. 서울대 학생 수가 하버드대보다 1만 명 가까이 많다. 그런데 전임교수 수는 2019년 기준으로 서울대가 2,130명 하버드가 2,310으로 더 적었다. 예산은 더 욱 차이가 난다. 서울대가 약 8,290억 원인데 비해 하버드대는 약 6조2400억 원으로 비교하는 것조차 민망하다. 그러니 다른 대학은 오죽하겠는가.

이제 우리는 선진국의 기술을 복제하는 수준으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최고의 기술을 확보하고 앞서가는 기업은 사원교육에 대한 투자 비율이 매우 높다. 한류로 세상의 주목을 받는 이들이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된 게 아니다. 그들이 속한 회사들의 엄청난 투자의 결실인 것이다. 모든 기업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조건에 있지 않다. 국가가 교육을 통해서 기본적인 단계의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그들이 취업하는 기업을 통해서 더 발전하고 새로운 기술을 탄생시키며 새로운 한류를 창조해내는 원동력의 바탕이 교육이어야 한다.

2022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에 의하면 대학의 전임교원은 줄고 비전임 교원은 오히려 늘었다. 우리의 고등교육기관의 전임교원 수는 89,257명으로 작년과 비교하여 1,207명(1.3%)이 줄었으며 비전임 교원은 142,414명으로 5,637명(4.1%)으로 늘어났다. 전임 교원 수가 늘어야 안정된 환경에서 교육하고 연구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법인데 비전임 교원이 더 는다는 의미는 대학의 교육 환경이 더욱 열악해져 감을 의미한다.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강좌가 콩나물 교실이 된지 오래이니 그 속에서 무슨 토론과 아이디어의 교환을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의 높은 교육열로 박사학위를 가진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제 그들에게 마음 놓고 교육과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기회를 정부는 제공해야 한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반도체와 같은 첨단 산업 분야의 인력 양성을 위해서 윤석열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교육 투자는 금방 그 결실이 나타나지 않는다.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며 투자해야 한다. 등록금 동결 14년의 결과가 대학을 황폐하게 만들었고 각 대학의 특징을 살릴 수 없는 지경으로 대학을 몰아세웠다.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한다. 세상의 어느 영역이 투자하지 않고 저절로 최고가 되는 경우가 있는가. 교육 투자는 그 나라를 최고의 나라가 되게 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윤석열 정부는 대학의 열악한 환경을 타개한 정부로, 그리하여 대한민국을 부동의 선진국으로 격상시킨 정부로 기억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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