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지선 청주시 오송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하루에도 수많은 말이 오고 간다. 직장동료, 친구, 가족, 혹은 전혀 모르는 제3자와도 대화를 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대화가 오가는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그 말의 무게감이 달라지기도 한다.

내가 일하는 곳은 행정복지센터 민원팀이다. 제증명 서류를 떼주는 일이기 때문에 반복적인 말을 많이 하게 된다. 민원팀에 오는 사람들은 보통 원하는 서류를 말하고 우리는 민원인이 원하는 서류를 발급하고 계산해서 드린다. 그 일련의 과정이 대부분 비슷한 경로를 거쳐서 전달되는데 "어떠한 업무로 오셨나요?" "등초본, 인감 떼러 왔어요." "신분증 주세요" "OO 1통 맞으신가요?" "서류 여기 있습니다. 수수료 OO입니다." "안녕히 가세요." 같은 기본 순이다. 민원인 역시 서류를 받고 돌아가는 길에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한마디를 하고 간다.

하지만 중간에 말의 전달이 또렷하지 않아 상대방이 듣지 못했을 때 소리가 커지기도 하고, 반복적인 말을 계속 하게 되면 기계적이고 수동적으로 반응하게 되기도 한다. 나 역시도 1년 넘게 같은 말을 하루에도 수없이 하게 되면서 형식적으로 응대를 하게 되는 순간이 있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민원인이 가족관계를 떼러 방문을 했었는데 신분증이 없는 상태였다. 무인기에서 해봤지만 민원인은 지문확인이 되지 않는다며 다시 들어오셨다. 지문이 흐리고 갈라짐이 있어서 지문확인이 안되는 사람도 있지만 엄지의 위치가 중앙부에 잘 스캔이 되지 않아 확인이 안되는 사람도 있다. 같이 나가서 서류를 떼어 드렸는데 알고 보니 지문인식을 하는 스캐너가 아닌 다른 곳에 엄지를 데셔서 인식이 안되었던 것이었다. 그분은 서류를 받고 환하게 웃으며 너무 다행이라고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셨다. 오늘 꼭 제출해야 하는 서류인데 덕분에 잘 뗐다며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 한마디에 나도 기분 좋은 뿌듯함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서류를 받고 "감사합니다."인사를 하고 간 민원인의 감사함과 왜 지금은 다른 느낌이 드는 것인지. 내가 오히려 그들의 감사함을 형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니었는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정말 형식적이었을지 몰라도 또 누군가는 진심으로 나에게 감사함을 말하고 간 것인데 나 역시 그들의 감사함을 형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말은 많이 해도, 많이 들어도 전혀 나쁘지 않은 좋은 말이다. 상대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고 힘을 주기도 한다. 그 말을 하는 사람도 그 말을 듣는 상대방도 서로가 기분 좋은 에너지를 얻는다.

유지선 청주시 오송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유지선 청주시 오송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외국에서 "고맙습니다."를 Thanks a million! 이라고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다. Thank you라는 표현이 아니라 원어민이 쓰는 표현이었는데 신선하게 다가왔었다. 백만 번 감사한다는 말. 처음 들었을 때 어떻게 백만 번 감사할까 피식 웃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냥 Thanks you 보다 더 크게 와 닿는 느낌이었다.

나와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는 말 "감사합니다." 서로가 따뜻해지는 이 말을 오늘 하루 최소 한번이라도 진심을 담아 누군가에게 말해 보는 건 어떨까. 나 역시도 기분 좋아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키워드

#기고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