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이은경 진천상신초 수석교사

가을비가 내린다.

비가 소리 없이 차분히 내리는 아침 등굣길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도 비소리에 묻혔다. 비 내리는 날 창가에 앉아 있으니 이 흐뭇한 마음의 시작은 언제였을까 생각한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한창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2020년 가을 즈음,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본 프로그램에서 너무나 매력적인 참가자를 발견했다. 그 가수는 사회자의 질문에 늘 철학적인 말로 대답을 할 때마다 난 단번에 알아들을 수 없어 그 뜻을 헤아리느라 그의 말을 되새기곤 했다. 어느새 나는 그를 응원하는 팬이 되었다. 그의 수 많은 멋진 말 중에 나의 마음에 가장 크게 다가왔던 것은 "나는 이곳에서 환대를 받았다"라는 말이다. 그 숨막히는 경연에서 환대라니.

'첫'이라는 글자가 붙은 낱말이 우리의 일상에 들어올 때의 어려움은 누구나가 안다. 아무리 편안한 척해도 낯선 곳에 앉아 있는 나만 이방인 같아 자꾸 주변의 시선을 살피게 된다. 올 2월 발령받은 학교를 방문했을 때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뭐든지 말씀하세요" 친절하게 말씀해 주시는 교장선생님 덕분으로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지나가며 마주치는 선생님의 엷은 미소는 기꺼이 나를 구성원으로 맞이해 주시는 것 같아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후 선생님이 모인 자리 앞에서 전입 교사로 인사말을 할 때 "선생님들이 나에게 주는 그 환대로 나는 이미 봄을 맞이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말 내 마음은 한겨울에 꽃이 피는 듯 봄이 왔다.

이은경 진천 상신초 수석교사
이은경 진천 상신초 수석교사

환대라는 단어는 언어만으로도 빛이 나는 것 같다. 몸도 마음도 얼어붙어 버릴 수 있는 공간에서 누군가 건네주는 따뜻한 말은 얼었던 몸과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누구든지 우리의 울타리에 들어온 사람에게 난 두 팔 벌려 환대할 예정이다.

"정말 잘 오셨어요, 따뜻한 차 한 잔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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