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장병갑 정치부장

올 추석은 사회적거리두기 해제 후 처음으로 맞은 명절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추석즈음은 수확의 계절로 풍요롭고 모두 마음이 넉넉했던 기억이 난다. 올해는 오랜만에 가족과 친척들이 모여 앉아 못다 한 정을 나눴다. 그러나 국민의 마음 한 편은 편치 못했다.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곳에 먹구름이 끼여 걷힐 줄을 모른다. 즐거워야 했던 추석 상차림은 올라도 너무 오른 물가에 주름이 깊게 패였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고물가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낮춰 살림살이를 더 팍팍하게 했다.

대목이라는 추석, 고물가로 결국 소비 심리까지 위축시켜 경기 침체를 불러오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실제 추석 이후 주요 식품들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의·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곡물 가격상승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원·달러 환율까지 폭등하며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가장 먼저 서민 음식을 대표하는 식품인 라면가격이 인상된다. 농심은 15일 라면 등 주요제품 출가 가격을 평균 11.3% 올리기로 했다. 팔도도 10월 1일부로 9.8% 인상한다. 다른 제품들도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도 동시 인상될 전망으로 서민들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판이다. 올 초 한전의 올해 적자 규모가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정부는 4월과 10월 각각 kWh(킬로와트시)당 4.9원씩 총 9.8원 올리기로 결정했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고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도시가스 요금 인상 폭도 당초 정부 계획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월급 빼고 죄다 올랐다'는 비명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추석이후 물가가 물가를 잡지 못하면 민심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쉽지 않아 보여 국민의 얼굴은 어둡기만 하다. 추석 민심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정치권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정쟁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여야 모두 내홍과 분열로 국민의 눈총을 맞고 있다. 이전투구에 매몰된 정치권은 민생을 걱정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여야는 모두 추석을 맞아 '민생 우선'을 내세우며 민심 잡기에 나선 모습이 역력했고 한목소리로 민생안정을 위한 경제 정책 추진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국민은 없다. 당장 추석 연휴 이후 본격화할 예정인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 모두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민생'을 앞세우고 있지만 서로를 향한 '투쟁의 장'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장병갑 정치부장
장병갑 정치부장

여야 모두 추석 민심을 제대로 봐야 한다. 자기 편의로 이해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국민에게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정책에 담아내야 한다. 여야를 떠나 국민과 국가를 위해 협치할 것은 신속하게 협치해야 한다. 한번 떠난 민심을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추석을 통해 들어난 민심을 헤아리고 이에 맞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정치권이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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