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교육공무원법 개정 후 처음 치러지는 국립대 총장선거가 결국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충청권에서 가장 먼저 총장선거를 치러야 하는 한국교통대가 이렇듯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아직까지 투표참여 비율을 정하지 못한 충북대 총장선거 또한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교통대 총장 선거를 둘러싼 학내 구성원들의 갈등 해소를 위해 중재자로 나섰던 성기태 전 총장마저 중재 포기를 선언을 했다.

한국교통대는 교수회와 직원회가 성 전 총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놓고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세 구성주체 별 투표 참여비율을 결정하기로 하면서 극적 타결을 이루는 듯 했다.

하지만 교수회와 직원회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성 전 총장이 제시한 설문조사 결과 교수회와 직원회간 명분싸움으로 합의가 되지 않고 양측 모두 반대 의견을 더 많이 내놓았다.

이처럼 교수회와 직원회가 서로 각자의 입장만 고집하면서 중재에 대한 무용론까지 대두됐는데 결국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아 13일로 총장의 빈자리가 3개월을 채움으로써 관선 총장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한국교통대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충북대도 8월 22일 총장 임기가 끝나면서 총장 공석 20일을 넘기고 있다. 현재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중인 충북대도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다.

충북대 또한 수차례에 걸친 회의가 있었으나 교수, 교직원, 학생들의 투표 비율을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개정된 교육공무원법은 대학의 자율에 맡겨 총장선거를 치르게 하고 있다. 하지만 투표 비율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서로 더 가져가려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법만 개정해 놓고 먼산 불구경 하듯 구성원들의 갈등만 깊어지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피해는 구성원들이 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오죽하면 '이렇게 구성원들끼리 싸울 바에는 차라리 관선 총장 체제로 갈 필요도 있다'며 교육공무원법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악법도 법'이라고 일단 전국의 모든 국립대는 총장 임기가 만료되면 개정된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투표를 진행해야 한다.

가장 먼저 총장선거를 치러야 하는 한국교통대가 총장 공석 3개월을 맞아 관선 총장이 파견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충북대는 한국교통대의 전철(前轍)을 밟지 말아야 한다.

서로 자신들의 명분을 고집하며 타협하지 않다가 6명씩이나 총장에 나서겠다고 한 교수들이 학교의 수장이 되기는 커녕 학교와 전혀 상관없는, 교육부가 제청한 뜬금없는 총장 체제로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교 자체적으로 선출한 총장이 아닌 관선 총장이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총장 자리에 앉아있다면 그 학교를 위해 무슨 애정을 보이겠는가.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학교의 미래와 발전은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가. 이 같은 파행을 막으려면 양보와 타협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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