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건영 사회경제부 기자

"올해는 흉년이라고 생각해야지."

최근 만난 농민의 말이 이처럼 슬플 수가 없다. 사실 올해 벼 농사는 풍년일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폭락한 쌀값과 수확을 앞두고도 마땅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자 체념한 농민들이 나오고 있다.

쌀 값 하락폭이 45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이달 초 기준 쌀(20kg) 산지 가격은 4만1천185원으로 지난해(5만4천785원)보다 24.8% 떨어졌다. 도매가격을 봐도 쌀 한 포대(20kg) 평균가격이 4만6천700원으로 전년(5만7천500원)에 비해 18.8% 하락했다.

이처럼 쌀 값이 하락하고 있는 이유에는 생산량에 비해 소비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도 벼농사가 풍년이어서 쌀 값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쌀 생산량은 381만6천t~386만7천t으로 전년대비 8.8%~10.3%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쌀 소비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19년 59.2kg, 2020년 57.7kg 지난해 56.9kg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69.8kg 이었던 10년 전과 비교하면 12.8kg이나 줄었다.

박건영 사회경제부 기자
박건영 사회경제부 기자

쌀은 우리나라 제1의 주곡이다. 기후위기, 전쟁, 불황 등 세계적 공급망이 불안정한 식량위기 시대에서 주곡을 자급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정부가 3차례에 걸쳐 시장격리를 했지만 여전히 쌀값 폭락이 계속되고 있고, 농협과 유관기관 등은 소비 촉진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하락세를 붙잡기는 역부족이다.

이런 와중에도 여·야는 쌀값 폭락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느라 바쁘다. 그 사이 벌써 다가온 수확기에 농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쌀값 안정을 시켜 농민들과 식량안보를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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