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칼럼]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2학기 개강과 함께 대학에서는 본격적인 대면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듣지만 학생들로 북적이는 캠퍼스를 보면 생기가 도는 느낌이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들 스스로를 코로나 세대라고 부른다. 신입생은 고등학교 2년을 코로나 사태 속에서 보냈고, 특히 고3 생활을 코로나와 함께 지낸 세대이다. 3학년 학생들은 2020년 대학 입학과 함께 비대면 수업이 시작되면서 대학에 직접 온 것은 올해가 처음인 학생들이 많다. 이 학생들은 자기들이 진정한 코로나 세대라고 강조한다. 군 휴학 중에 코로나를 맞이한 복학생들, 휴학기간 내내 코로나 사태로 목표 달성에 실패한 학생들, 각자 코로나 세대인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학생들은 너도나도 코로나 세대라고 나름 항변하고 있는데 나는 어떤 세대인지 생각해본다. 학생들이 스스로 코로나 세대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마도 코로나 전후 자신의 변화를 체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40대 중반인 내가 생각할 때 2~3년은 인생에서 그리 긴 기간이 아니다. 하지만 함께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은 코로나 시기가 인생의 1/10 가량 된다. 영유아기를 빼고 계산하면 1/5 가까이 될 수도 있다. 코로나 시기가 내 강의를 듣고 있는 대학생들에게는 내가 상상할 수 없는 변화를 가져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운동경기에서 모르는 상대에게서 오는 두려움이랄까? 어떤 방식으로 강의하고, 지도해야하는지 고민을 하게 된다.

올해 고등학교에 올라간 둘째 녀석을 생각하니 걱정이 태산이다. 중학교의 대부분을 코로나와 함께 보낸 둘째는 사춘기를 코로나와 함께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마나 첫째는 사춘기를 지나 고등학교에서 2년 간 코로나를 겪고 이제 성인이 되어 조금은 안심이 된다. 둘째처럼 코로나 시기에 사춘기를 겪고 고등학생이 된 친구들과 꿈과 포부를 가지고 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코로나 사태로 비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했던 학생들이 앞으로 대학 신입생으로 나와 대면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또 지금 신입생들과 얼마나 다를까? 그들은 대학생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교수에게 무엇을 기대할까?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코로나 세대에 포함될 수 있을까? 말을 하고 사회성 훈련이 시작되는 나이부터 고려한다면 삶의 대부분을 코로나와 함께 보낸 세대이다. 이들이 진짜 코로나 세대인건 아닐까? 이들은 달라졌다가 아니라 이미 다른 사람들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이 세상에 있었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을 우리가 '신인류'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보다 '코로나 세대'가 보다 폭넓은 세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해도 주어진 디지털 환경이 다르고, 그런 환경 속에서 각각의 성장과정에 차이가 난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는 세대 전체에게 전면적인 환경 변화였고, 그 속에서 개별적인 성장과정의 차이보다는 세대 간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 특징이다.

40대 중반인 나는 코로나 세대에 포함되지 않을까? 코로나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나도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과 2021년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비대면 수업과 회의에 익숙해지기 위해 발버둥 쳤고, 학생들과 소통을 위해 다양한 수단을 활용했다. 후천적 노력이지만 그런 변화들이 이젠 편하게 느껴지고 오히려 코로나 이전의 방식들이 불편하고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나를 코로나 세대라고 규정하지 않더라도 코로나 세대들과 공존하기 위해 나도 변한 것이다. 난 그들과 다른 또 하나의 코로나 세대이다.

결국, 우리는 모두 코로나 세대들이다. 세대 간 변화의 차이는 있겠지만 코로나로 인해 모든 세대 구성원들은 변화했다. 아직 코로나 사태는 종식되지 않았다. 앞으로 언제 종식될지 확실하지도 않다.

김영식 서원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김영식 서원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그러는 사이 우리 사회 모든 세대들은 더욱 변화할 것이다. 코로나 시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세대 간의 간극은 좁혀지겠지만 2020년 코로나 사태의 시작 이후 가장 강렬했던 2년간의 시간은 코로나 세대 간의 변화의 격차를 크게 벌려 놓았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는 각각의 코로나 세대들이 공존하고 있다. 그 속에서 나는 긍정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그 이전의 세대 갈등은 하나의 특정 세대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갈등이었지만 지금 코로나 세대들은 모든 세대들이 같은 방향으로의 변화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우리에게 '인간과 자연의 공존'뿐만 아니라 '세대 간의 공존'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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