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김동우 논설위원

어느 날 쥐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헛간에 모였다. 쥐들이 툭하면 고양이에게 잡혀 죽임을 당하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고양이를 어떻게 미리 알고 피할 수 있느냐가 주된 논의 거리였다. 머리를 맞대고 논의에 논의를 거듭했으나, 별 신통한 방법이 나오지 않았다.

어리버리한 생쥐가 불쑥 한마디 했다. "고양이 목에다 방울을 답시다. 고양이가 우리를 덮치려 할 때 방울 소리가 나 그때 잽싸게 도망가면 되지 않습니까?" 쥐들이 "아주 좋은 생각이야. 그렇게 쉬운 방법을 몰랐다니!" 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1차 논의가 끝났다. 고양이 목에 요란하게 울리는 방울을 달기로 말이다.

쥐들이 서둘러 큼지막한 방울을 마련하는 등 부산을 떠는 사이 "그럼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겨?"라며 늙은 쥐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쥐들은 쥐 죽은 듯 서로 얼굴만 바라보며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드는듯했다. 방울을 달겠다고 나서는 쥐가 없었다. 계획은 수포가 됐고, 쥐들은 고양이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직도 마음 졸이며 살고 있다.

사자성어로 '묘두현령(猫頭懸鈴),묘항현령(猫項懸鈴)'. 이 우화는 무엇보다 자신이 불리한 입장에 처하거나 위협받을 때 누구도 조직이나 상대방을 위해 희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 위해 목숨을 걸지 않겠다는 얘기다.

로마 교황청은 시복(諡福:신앙인을 福者로 인정)과 시성(諡聖:福者를 聖人으로 인정) 대상으로 추천된 신앙인에 대한 심사과정이 특이하다. 후보자의 결점과 하자를 샅샅이 찾아내 그릇된 성인(聖人) 추대를 막거나 시복. 시성을 방해하는 신부를 심사위원에 포함한다는 점이다. 이 신부가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다.

다수가 동의하는 의견이나 주장에 의도적으로 비판과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의 의미로 변했다. 시쳇말로 '총대 메는 사람'이다. 자칫 다수파에 밀려 조직이나 집단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다수파의 주장이나 의견에 맞서는 역할을 맡는다. 당장 구성원들로부터 눈총과 손가락질을 받을지언정 장기적으로 조직의 건전과 안녕을 확보하는데 절대적이다. 악마 대변인의 소리는 쓴소리로 조직력을 강화한다. 특히 '예스맨'으로 구성돼 일사불란한 업체나 조직은 악마의 대변인이 필요하다.

김동우 논설위원
김동우 논설위원

이번 정부가 국무위원 임명에 난항을 겪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통과의례지만 말이다. 치졸한 당리당략적 술수이기도 하지만, 검증 부실에 무게가 실린다. 인선과 검증과정에서 악마의 대변인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악마의 대변인은 노르웨이 어부들이 먼바다에서 잡은 정어리를 활어로 운반하기 위해 수조(水槽)에 집어넣는 바다 메기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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