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인문학] 허건식 WMC 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 자녀가 무예도장을 다니면 변해가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도복에 착용하는 띠(belt)의 색깔이다. 도장입문 단계에서는 흰색 띠를 매고 있다가, 하나 둘 색이 바뀌기 시작해 검은 띠에 이른다. 이를 지켜보는 부모들은 자녀가 무예를 수련하는 정도를 알게 되고 검은 띠를 매는 순간(태권도는 품띠) 유단자인 것을 알게 된다.

무예에서 급은 숫자가 많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승급하며, 단은 숫자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승단한다. 무예수련 초기에는 급를 취득해 나가면서 단위의 인정을 목표로 하게 되며, 최고의 단은 종목에 따라서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9단이 최고단자다. 간혹 10단이 있는 종목이 있지만 동양에서 가장 큰 수 는 9이며, 10은 0으로 일반적으로 9단인 고단자가 생을 마감했을 때 수여한다.

이러한 급과 단의 구분하는데는 띠(belt)의 색에서 알 수 있다. 초심자는 흰띠, 유단자는 검은 띠로 구분하는 경우가 있으며, 간혹 검은 띠 위에도 띠가 있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도복에 띠를 착용하기 시작한 현대 무예는 1882년 유도에서 시작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다양한 색의 컬러 띠(흰색에서 갈색으로)는 1920년대 중반에 영국에서 고안된 이후 프랑스 유도에 도입된 것이다. 최근에는 일부 국가들이 흰색-노란색, 노란색-주황색, 주황색-녹색 또는 녹색-파란색과 같이 두 가지 색을 넣은 띠를 도입하고 있다. 이 띠는 두 색의 중간 등급을 나타낸다. 이러한 다양한 띠의 색은 일반적으로 일선 도장에서 교육과정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나라 국기인 태권도에도 이러한 다양한 띠가 통용되고 있으며, 신흥무예들도 이를 차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유도의 유단자는 처음에는 1단부터 9단까지의 검정 띠와 10단의 빨간 띠의 두 가지 색상으로 구분되었다. 그 후 1931년이 되어 6단부터 9단까지 빨간색과 흰색이 섞인 일명 '범띠'가 등장하였고, 이 범띠는 띠 색과 너비 차이에 따라 6단부터 9단까지 구분했다. 그리고 1943년부터 9단은 빨간색 띠로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다.

한편, 무예에서 승급을 결정하는 주요 결정권자는 사범의 주관성이 개입되어 있다. 실력과 인성을 갖추어야 하는 승급 조건이 사범마다 승급기준이 달라 객관성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띠를 수여할 수 있는 사범은 자신의 도장과 계보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만큼 신중한 심사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무예계에서 검은 띠인 유단자는 해당 협회의 심사를 통해 승단이 결정된다. 수련의 정도와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승단을 담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무예의 가치를 평가하는 띠의 역할은 해당 무예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허건식 WMC 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허건식 WMC 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무예의 띠가 해당 무예의 가치를 말해 주듯 우리 사회의 많은 평가 기준이 그 가치를 말해 준다. 우리는 잠시 평가기준의 가치를 잊고 살아간다. 학교 교육 뿐만 아니라, 대학의 평가, 심지어 정부의 정책도 마찬가지다. 우리 삶에서 가치가 높을수록 신뢰도 높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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